이집트의 제2 수에즈운하가 깜짝 착공 1년 만에 개통됐다. 제2 수에즈운하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최단 해상로인 수에즈운하의 폭과 깊이를 확장하고 35㎞의 새 물길을 낸 것이다.
6일(현지시간) 이집트는 동북부 운하도시 이스마일리아에서 제2 수에즈운하 개통식을 열었다. 이집트 정부는 사전에 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기차와 지하철 무료탑승을 허용하는 등 국가적 축제일로 준비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 등 세계 정상급 지도자들이 이집트를 찾아 제2 수에즈운하 개통을 축하했다.
이번 대규모 공사는 지난 2013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이 적극 추진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새 운하 건설계획을 깜짝 발표한 후 4만3,000명 이상의 노동자를 동원해 24시간 작업을 밀어붙이며 3년으로 예상된 공사기간을 1년으로 단축했다. 82억달러(약 9조5,808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공사비용도 수에즈운하청이 외국자본 없이 이집트 국내 펀드로 기금을 조성했다.
이집트 당국의 제2 수에즈운하에 대한 기대감도 매우 높은 편이다. 새 운하가 생기면서 통행량이 늘어 하루 평균 통과 선박이 현재 49척에서 오는 2023년에는 97척으로 많아질 것이라고 운하청은 예상했다. 연간 53억달러인 통과수입도 132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치도 나왔다.
하지만 해운 전문가들과 무역업계 관계자들은 이집트 정부의 기대감이 장밋빛 전망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영국 해운시장 분석기관 드루리의 네일 데이비슨 애널리스트는 "세계 무역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선박 수가 2008년 하루 평균 58.5척에서 현재 40여척 정도로 줄었다"며 "이집트 정부의 긍정적인 전망이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수에즈운하의 최대 고객으로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라인의 모하마드 시하브 이집트지사장도 최근 "제2 수에즈운하가 완공돼도 운하를 통과하는 머스크 선박 규모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의 안보불안도 제2 수에즈운하의 앞날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다. 제2 수에즈운하가 신설된 구간은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연계조직인 시나이프로방스의 거점인 시나이 반도와 근접해 있다. 시나이프로방스는 운하 개통 전날인 5일에도 '이집트 정부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공개해 이집트에 수용된 무슬림 여성을 48시간 내 석방하지 않으면 크로아티아 인질 1명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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