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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현장 '숨은 규제' 개혁] 도 넘은 완화 요구 쏟아져

■ 풀어달라는 숨은 규제 보니

꺾기 등 착한 규제서 특정업체 단순민원까지

등기이사 개인정보 제공 확대로

대출때 꺾기 원천봉쇄 나섰지만

중소기업 불편 호소로 일부 풀어

취지 퇴색·금융사 되레 편법 우려

신제윤(오른쪽 두번째) 금융위원장이 지난 4월1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은행권 청년창업재단 '디캠프'에서 열린 창업·벤처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신 위원장은 숨어 있는 규제를 찾기 위해 20여곳의 현장을 방문해 릴레이 간담회를 진행했다.
/서울경제DB

금융위원회가 현장의 숨은 규제 찾기에 나서자 금융업계 등이 기다렸다는 듯이 규제완화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과의 현장 간담회에서 요청한 규제완화를 비롯해 총리실 규제개혁위 및 금융위 홈페이지 등에 접수된 건수는 1,000건을 넘어섰다. 가히 폭발적인 반응이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건수만을 보고는 처음에는 '숨어 있는 규제가 이토록 많았나' 하는 걱정부터 앞서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접수된 규제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착한 규제'는 물론 얼토당토않은 민원도 제법 됐다. 협회가 만든 자율협약을 스스로 개정하지 못하고 금융당국의 바꿔주기를 바라는 사례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업계가 습관적으로 요청하는 민원부터 특정 기업에 한정되는 민원이나 심지어 대형 금융회사로 이직한 전직 관료를 통한 민원도 있었다"고 말했다.

◇착한 규제도 풀어달라?…사각지대 우려=금융당국이 내세운 착한 규제의 대표적 사례는 중소기업 대출 과정에서의 구속성예금(일명 꺾기)의 원천봉쇄다. 중소기업 경영자가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전후 한 달간 예금이나 보험 등 금융상품을 반강제로 가입하게 하는 행위를 막겠다는 취지다. 올해 금융당국은 은행에 이어 저축은행으로 확대했고 대상도 대표이사뿐 아니라 등기임원 전체로 늘렸다.

그러나 일부 중소기업에서는 등기이사의 강제가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대출을 받을 때마다 등기이사의 개인정보제공 동의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비상근 임원은 연락이 닿지 않고 연락이 되더라도 매번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내라는 요구를 거절한다는 것이다. 소규모 중소기업의 등기이사 가운데 이름만 올려놓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금융위 홈페이지에도 감사, 비상근 임원이나 신용등급이 상위인 임원은 개인정보제공 동의서 제출을 줄여달라고 건의했다.



결국 은행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협의를 거쳐 일부 완화하기로 했다. 대출을 받을 때마다 내던 개인정보제공 동의서를 첫 대출에만 내도록 하는 식이다. 또 비상근 임원의 경우 지방에 떨어져 있거나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대표이사의 확인서가 있으면 된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실성을 감안해 보완한 조치지만 규제완화의 틈을 타고 금융회사가 편법 꺾기를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꺾기 규제 때문에 다수의 중소기업은 혜택을 입었지만 소수의 목소리가 너무 크게 반영돼 애초의 취지가 바랬다"고 지적했다.

◇특정 업체의 민원이 숨은 규제로 변질=특정 은행의 주장이 그대로 반영된 경우도 있다. 건설 시행사의 구조조정을 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협의회의 채권매수청구권이 대표적이다. 은행 등 채권단이 시행사의 신규 자금지원을 의결할 때 이에 반대한 채권금융기관은 의결일로부터 7일 이내에 자신의 채권을 의결에 찬성한 채권단이 사도록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한 시중은행은 금융위에 채권매수청구권 행사기간 7일이 너무 짧다며 늘릴 것을 건의했고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이에 대주단협의회 관계자는 "논의 결과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의한 대기업 구조조정 등 다른 경우에도 채권매수청구권 행사는 7일 이내로 하게 돼 있고 더 늦어지면 의사 결정에 지장을 줄 수 있어 늘릴 필요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면서 "문제가 있다면 협의회 스스로 개정할 수 있는데 왜 금융위에 숨은 규제로 건의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금융계 관계자도 "불필요한 숨은 규제와 단순한 업체의 민원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목소리 큰 소수의 민원이 언론을 타고 여론에 확산되면 마치 엄청난 문제처럼 보여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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