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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말 컨트롤타워가 없다] 한일군사정보협정 파문 성과주의 한계 드러내

■ 외교안보 정책<br>실용외교가 만든 최대 실책<br>청와대-외교부 네탓 공방 문책으로 이어져 신뢰 추락

이명박 정부의 집권 말 외교안보정책이 흔들리고 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밀실처리 파문으로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사퇴한데다 성과주의 외교정책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정책 가운데 대북정책을 포함한 외교안보정책은 그동안 그나마 원칙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고한 한미 관계를 비롯해 자유무역협정(FTA)의 확대는 현 정부가 집권 기간 가장 큰 성과로 내세우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일정보협정 파문은 성과주의 외교정책의 한계와 청와대와 외교통상부의 묵은 감정을 보여주며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전반을 재점검하게 만들었다.

한일정보협정 파문을 두고 외교가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실용외교가 만든 최대 실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실상 6개월도 남지 않은 임기 동안 외교안보 분야의 주요 이슈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조급증이 작용하며 국무회의 비공개 즉석안건 처리라는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다. 정부 당국자는 "다른 분야들과 마찬가지로 비즈니스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 문제였다"며 "반일감정, 절차상의 문제 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일정보협정 파문은 청와대와 정부 간 정책 컨트롤타워의 무능을 사실상 자인한 모양새가 됐다. 청와대와 외교부가 책임을 두고 '네 탓 공방'을 벌이며 서로 책임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가 청와대를 향해 반발하고 청와대에서는 외교부 당국자의 실무책임이라고 떠넘기는 모습은 청와대와 외교부의 쌓인 감정으로 보였다. 외교부 내에서는 실질적인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김 기획관의 일방적 업무 스타일에 불만이 적지 않게 쌓인 상황이었다. 여기다 정책 결정과정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진상조사는 국민의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상대국과 국내의 상황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외교안보정책 결정 과정에서 아예 대놓고 잡음을 일으켰고 이 잡음이 결국 문책으로 이어지며 정책 신뢰도를 바닥으로 추락시켰다.



김 기획관의 퇴진으로 현정부의 대북정책의 큰 틀이 변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미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강경파 중심으로 짜여 있고 정권의 임기가 불과 8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틀의 기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대북 강경 노선을 주도해온 김 기획관이 퇴진한다고 해서 획기적인 대북정책 변화가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어느 정도 정책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기획관이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미국과의 탄도미사일 사정거리 연장 협상 등은 차질이 예상된다. 업무 자체를 김 기획관이 틀어지고 있어 외교부나 국방부 모두 진척 상황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 또 북핵 관련 업무, 한중 FTA 등도 김 기획관이 물러나며 속도감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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