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알코올.”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 수사의 칼을 겨눈 정호영 특별검사는 소문난 ‘애주가’다. 스스로는 “술이 약하다”고 발뺌하지만 일단 술잔을 잡으면 먼저 일어서는 법이 없는 ‘두주불사’다. 지난 2005년 그가 역시 음주실력으로 정평이 나 있던 이홍훈 현 대법관과 함께 서울고등법원장과 서울중앙지방법원장에 부임하자, 후배 판사들이 잔뜩 긴장했을 정도다. 그런 정 특검이 한시적 ‘금주’를 결의했다. 정 특검뿐 아니라 5명의 특검보와 수사관들도 기꺼이 금주에 동참했다고 한다. 정 특검은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아 (금주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사 기간은 40일에 불과한 반면, 수사 범위는 광범위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정 특검의 선언에 기자들은 “댁에서 수사 기간이 연장되길 은근히 기대하는 거 아니냐”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는 가까운 지인들과의 연락도 모두 끊었다. “친한 사람들과 전화 한 통화한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혹시나 모를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자들 전화도 받지 않고 있으니 양해 해달라”고도 했다. 정 특검은 판사 시절 빈틈없는 재판 준비와 물 흐르는 듯하면서도 중후한 재판 진행으로 ‘신사형 법관’이라는 평을 들었다. 이런 꼼꼼한 성격 탓인지 정 특검은 수만 페이지에 달하는 검찰의 수사 자료를 직접 검토했다고 한다. 그는 “판사들은 자료를 직접 봐야만 직성이 풀린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밤 9시가 넘어서야 역삼동 특검 사무실을 나서는 그는 수사 자료를 한 보따리씩 싸 들고 귀가한다. 판사 초임 시절 ‘보따리 장수’로 되돌아간 것이다. 정 특검은 임명 당시부터 “불편부당(不偏不黨)하게 선입견 없이 최선을 다해 수사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기자들에게는 “수사 기간이 얼마 안 되니 질책 보다는 격려를 보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의 ‘금주’ 결의가 어떤 결과를 낼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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