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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품질관리2부 조규철(44ㆍ사진) 과장은 사내에서 '원가절감의 달인'으로 통한다. 자동차 구조 등과 관련한 2,000여건의 제안을 통해 350억원의 절감효과를 거두는 데 기여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사내외의 수상 이력도 뒤따를 자가 없다. 그 동안 제안 관련 수상만 40여 건이고 수상 실적을 점수로 환산하면 1만9,900점 달성을 앞뒀다. 2년 전 가장 높은 단계의 상보다 한 단계 낮은 제안골드스타상(1만5000점 이상)을 수상했는데 이제는 제안부문 최고상 수상을 코 앞에 뒀다. 현대자동차에서 현재까지 제안골드스타상 수상은 조 과장을 포함해 2명이 유일하고 최고단계 수상자는 없다. 그래서 사내에서는 조 과장이 첫 최고상 수상의 유력한 후보자로 소문이 나 있다. 제안관련 수상만 40여건
사내 첫 '최고상' 유력후보
車아닌 다른 분야서도
특허품 내놓는 게 목표 그 동안의 제안 활동을 돌이켜보면 기억에 남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는 "자동차 앞 번호판 마운팅 구조변경 건을 제안할 때 고객에게 맞았던 게 아직 선하다"면서 "속상한 마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문제가 되는 부품을 없애면 된다고 생각한 뒤 1년 6개월 만에 당시 30년 동안 유지됐던 구조변경 제안이 적용돼 엄청난 절감 효과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제안이 꼭 기쁨만 줬던 것은 아니다"면서 "원가절감을 이끌어냈지만 재질이 변경되면서 기존 납품업체 일거리가 없어져 해당 중소기업 사장님의 하소연을 들을 때는 제안활동이 오히려 미안하게 느껴졌던 경험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괴물 같은 그의 제안활동은 큰 아들(성훈ㆍ17)과의 약속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IMF 때 보증 섰던 일이 잘못돼 혹독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쓸모 없는 인간'이라 스스로를 자책하다 희망을 갖기 위해 아들과 1년에 한 번은 상을 받자고 약속했다"면서 "20년 근무하는 동안 제안 활동한 지는 10년 가까운데 그 동안은 약속을 한 차례도 어긴 적 없고 그것은 아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의 활동은 단순히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다소 높은 평가(특급, 1급)를 받은 제안의 경우 아이디어를 샘플로 만들어 내놓는 과정까지 해냈다. 하나의 제안을 완성하는 데 1~2년의 시간을 쏟는가 하면 경기도에 있는 현대자동차 연구소까지 오가면서 들인 비용만해도 헤아릴 수 없다. 수상 때마다 많게는 100여 만원의 포상금을 받았지만 돌아보면 제안을 완성하기까지 들인 사비가 적지 않다. 조 과장은 "언젠가는 자동차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특허품을 세상에 내놓아 '전구'하면 에디슨을 떠올리듯 저를 떠올리는 물건을 만드는 게 꿈"이라면서 "차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나니 이제 해보기도 전에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부터 가지는 저 자신에게 스스로 두려움을 느끼지만 이것은 꿈이 있기 때문에 극복해야 할 큰 산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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