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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그룹은 극소수 경영진에만 봉사하고 있으며, 경영진들은 늘 낮잠을 잔다." (씨티그룹 주주) 21일 오전 뉴욕 힐턴호텔 그랜드볼륨에서 열린 씨티그룹 주주 총회장은 주주들의 분노와 우울함으로 가득 찼다. 마치 무능한 경영진과 그동안의 경영 실패를 질타하는 성토장처럼 치러졌다. 이날 주총은 방만한 경영과 위기를 방관한 이사진에 대한 비판과 불만, 주가 하락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면서 무려 6시간이 넘게 진행됐다. 행사장은 미 전역에서 몰려든 1,500여명의 주주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씨티그룹은 주주들의 거센 불만 표출을 예상, 수십 명의 경비인력을 행사장 곳곳에 배치했으며 주총장 입구에는 공항 검색대를 방불케 하는 출입구까지 설치했다. 비크람 팬디트 최고경영자는 CEO는 인사말을 통해 은행을 배드ㆍ굿 뱅크로 분리한 것을 설명하면서 "씨티그룹은 이제 1년 전의 모습이 아니며, 새로운 전략과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가가고 있다"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지만, 경영 실패를 질타하는 주주들의 분노에 이내 묻혀버렸다. 지난 2007년 55달러까지 갔던 씨티그룹 주가는 이날 3달러24센트. 지난달 초에는 1달러 이하로 떨어져 이른바 '페니 주식'으로 전락한 바 있다. 한 주주는 '씨티는 결코 잠들지 않는다(Citi never sleeps)'는 씨티그룹의 슬로건을 빗대 "그 말은 맞는 것 같다. 왜냐하면 씨티 경영진은 늘 긴 낮잠을 자니깐"이라며 경영진의 무능과 무책임을 비꼬았다. 그는 이사진 가운데 누가 졸았는지를 알아보겠다며 자리를 일어서다 경비원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10명의 이사진이 경영 실패에도 불구하고 유임되자 이사회 구성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떠져 나왔다. 1만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케네스 스테이너씨는 "임원 보수를 주주가 아닌 전ㆍ현직 CEO로 구성된 이사회가 결정하는 것은 (뉴욕의 프로야구 구단인) 메츠 연봉을 양키즈가 책정하는 것처럼 웃기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주주는 "씨티그룹은 극소수의 경영진에만 봉사하고 있다"며 "씨티 이사회 구성은 쿠바에서 라울 카스트로를 뽑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다만 자진해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이사회 의장을 지낸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과 윈 비쇼프 전 회장 등 4명의 이사진 교체가 확정되자 "오 신이어 감사합니다"라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경영진의 엄청난 보수를 비롯한 방만한 경영 실태도 도마에 올랐다. 에블린 데이비스씨는 "뉴욕 메츠의 홈 구장인 씨티필드를 후원하기로 한 것은 주주의 돈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멍청한 짓"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씨티그룹은 연간 4억 달러를 후원하고 있다. 이날 주총장에는 씨티필드 후원에 대한 반대의 표시로 야구모자와 야구점프 차림의 주주도 더러 참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씨티그룹은 주총 행사 경비를 아낀다며 예년과 달리 씨티 로고 모양의 도우넛과 커피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하면서 "그러나 50여명의 경비원을 고용하고 라과디아 공항에서 볼 수 있는 검색대를 설치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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