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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4월 12일] 러시아 울렁증

굉음과 함께 우주를 향해 솟아오르는 소유스호의 위용, 그리고 무중력 상태의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첫발을 내디딘 이소연 씨의 모습이 연일 온 국민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러시아 현지에서 한국 최초 우주인을 취재 중인 한국 기자들 역시 이 씨의 순항을 바라보면서 큰 감동을 느끼고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뿌듯한 자긍심을 가슴에 안고서 벌이는 취재경쟁은 훈훈하기조차 하다. 그러나 ‘옥의 티’일까.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와 모스크바 임무통제센터(MCC) 등 중요한 취재현장을 들를 때마다 러시아 정부는 ‘보안’을 이유로 유독 한국언론에 대해 엄격한 통제를 가했다. 정부 간 약속이었던 현지 기사송고용 인터넷 사용은 번번히 취소되고 사사건건 고압적 태도로 활동반경을 제한했다. 때문에 상당수 기자들이 소위 ‘러시아 울렁증’을 호소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러시아 정부가 이번 사업으로 200억원의 수익을 한국으로부터 거둬간다고 생각하니 ‘돈 주고 뺨 맞는’ 식의 불쾌함마저 들었다. 하지만 막상 지난 8일 소유스호가 한 치의 오차 없이 정교하게 발사대를 박차고 나가 우주로 떠나던 순간만큼은 한국 취재진들도 ‘얄미운’ 러시아 측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과거 미국 챌린저호 등 같은 불의의 발사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에 이 씨를 안전하게 우주로 보낸 세계 최고 수준의 러시아 발사체 기술력에 대한 찬사였다. 이어 11일 새벽 이소연 씨가 ISS에서 지구와의 영상 인터뷰에 성공할 때도 한국 취재진들은 똑같은 이유로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냈다. 여러 차례 ‘러시아 울렁증’에 시달렸지만 한국 취재진 사이에서는 공통 결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애증의 나라이며 아울러 러시아가 보유한 발사체 기술력은 바로 기초과학 육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국내총생산(GDP) 규모와 1인당 국민소득 수치만으로 국력을 논하고 상대적 우월감을 갖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을 터이다. 경제 규모(GDP)가 아직 우리(12위)보다 한 수 아래(14위)지만 튼튼한 기초과학 체력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에서 한국 취재진이 받은 충격은 의외로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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