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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대한민국은 중견기업 지원 목소리로 포위당한 듯하다. 중견기업들은 연일 국가가 안도와줘 성장 못한다며 아우성이다.
그들은 말한다. 종업원수가 299명(제조업 기준)에서 1명 더 늘었다고 지원혜택을 갑자기 못 받게 되는 게 말이 되냐고. 그래서 우리나라엔 중소기업만 많을 뿐 중견기업은 1,422개밖에 없어 허리가 매우 빈약하다고 강조한다. 한술 더 떠 165개의 지원이 일시에 끊어져 부도 위기를 맞는 기업도 있다고 목청을 돋운다.
맞는 말일까? 매출 1,500억원이 되면 결산일 이후부터 지원혜택을 못 받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종업원수가 초과되거나 자본금이 늘어난 경우는 중소기업 졸업이 3년 유예된다.(산업발전법은 5년 유예) 준비기간을 주는 것이다. 165개 지원 중단이란 말도 과장이다. 이중 118개는 창업기업용이다.
중견기업 수는? 1,422개가 아니라 2,900여개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느냐고? 바로 여기에 중견기업단체들이 따로 지원법을 만들어달라는 숨은 이유가 있다. 2년 전 중소기업청은 중견기업들의 중소기업 관계사들을 찾아내 중소기업 지원을 중단시켰다. 이 업체수가 약 1,500여개다. 이를 합치면 중견기업 총 수는 3,000개 남짓이다.
현재 중견기업단체들은 과거로의 회귀를 도모하며 여론몰이 중이다. 규모면에서 중소기업과 다를 바 없는데 왜 지원을 끊느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이미 매출 수천억대로 성장한 중견기업이 관계사를 별도로 차려 중소기업 지원혜택을 누리는 것은 영세기업과 중소기업에 가야 될 영양분(국가 지원)을 빼앗는 짓이다.
다 커서도 계속 업어달라는 건 안될 말
이건 반칙이다. 중소기업 지원을 충분히 받고 컸으면 엄마(국가)가 차려준 동생(중소기업)들 밥상에 손을 뻗어선 안 된다. 언제까지 정부 보고 업어달라 할 것인가?
본지가 수차례 보도한 중견기업 퍼시스의 위장 중소기업 팀스를 보자. 퍼시스는 중소기업 전용 조달시장에서 나가라고 하자 사업부를 분사시켰다. 3년 유예기간을 줬지만 사업다각화나 해외진출 등 자구노력 없이 고작 한 일이 위장 중기 설립이었다.
이처럼 중소기업 지원이 엉뚱한 데로 새지 않게 하려는 정부와 어떡하든 정부 지원을 부활시키려는 중견기업단체가 16일 각각 보도자료를 냈다. 중기청은 내달 16일까지 중소기업 조달시장에 있는 위장 중소기업을 솎아내기 위한 정밀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반면 대한상의는 "중견기업 5대 손톱 밑 가시 중 하나"라며 중소기업 전용 조달시장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귀추가 주목된다.
중견기업 중엔 이제 막 매출 1,500억원을 넘긴 기업들이 있다. 지원을 유지하려 피터팬 신드롬에 빠진 주위 기업들을 볼 때마다 이들은 후회할 수 있다. 매출 1,500억원 등의 규정이 너무 낮은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또 성장 사다리용 정교한 지원도 있어야 하겠다.
그러나 중견기업 중엔 여러 계열사를 합쳐 총 매출액이 수조원대인 중견그룹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들까지 지원 혜택을 주는 건 국가 자원의 효율적 배분도, 원칙 있는 산업정책도, 사회정의도 아니다.
왜 이런 대기업까지 중견기업 지원대상이 될까? 그건 중견기업이란 헷갈리는 용어 탓이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 범위를 벗어났지만 상호출자제한(2013년 현재 62개 기업집단), 즉 재벌규제를 받지 않는 모든 기업'을 통칭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조원대 중견그룹도 중견기업입네 하며 손을 내미는 것이다.
중견그룹 투명경영ㆍ동반성장 점수는
만약 중견기업 지원제도가 새로 생긴다면 지원혜택을 누가 가져 갔는지, 또 그들이 기업성장과 투자ㆍ수출ㆍ고용 등 사회ㆍ경제적 책임에 얼마나 충실한지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공동체의 지원을 받았다면 책임은 무거운 것이다.
아울러 차제에 중견그룹들이 국민과의 소통에 적극적인지, 투명경영을 하고 있는지, 오너 배불리는 일감 몰아주기는 없는지, 직원ㆍ협력업체와 과실을 나누는지, 사회적책임경영(CSR)에 열심인지 점검해보자. 무엇보다 삼성, 현대차 등 30대 그룹 밑에 숨어 투명경영과 동반성장에 나 몰라라 하는 탐욕스런 중견그룹(하위 대기업, 1차 협력업체 등)들이 자주 눈에 띄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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