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실 기록의 보고(寶庫)인 장서각(藏書閣)이 대대적인 ‘살균소독’을 실시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조선왕실의궤, 동의보감 등 장서각에 보관된 고전적(古典籍)이 해충 등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장서각 수장고 전체에 대해 다음달 6일부터 25일까지 20일간 훈증 소독을 실시한다고 29일 밝혔다.
왕실 도서관으로 출발한 장서각은 조선왕실 도서를 물론 민간에서 맡긴 고문서를 아우르는 고문헌의 ‘보고’다. 현재 장서각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실의궤와 동의보감 등 조선왕실 도서 9만여 점을 비롯해 전국 43개 가문에서 기증·기탁한 자료, 수집 고서 등 조선시대 주요 문헌 15만여 점이 보관돼 있다.
훈증 소독은 나무나 종이, 섬유로 된 문화재를 소독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침투성이 강한 약제를 밀폐된 공간에 가스 상태로 주입해 문화재에는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해충과 세균을 박멸한다. 장서각은 지난 2006~2007년 서고별로 훈증을 한 적은 있지만 수장고 전체에 대한 훈증소독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원은 지난해 7월 226억 원을 들여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로 장서각을 신축 개관했다. 송순옥 장서각 국학자료관리팀장은 “새 장서각 건물의 서고 내부가 오동나무로 돼 있는데 해충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차원에서 수장고 전체에 대해 훈증소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송 팀장은 “이번에는 약품(메칠브로마이드)을 사용해 훈증하지만 앞으로는 일 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서고 상태를 점검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천연 약재로 훈증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훈증소독 작업으로 인해 장서각은 2월 13일부터 17일까지 폐쇄되며 고문헌 원본 열람도 2월 6일부터 3월 2일까지 중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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