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는 간단하지만 알고 보면 가장 복잡한 종목이 바로 컬링이다. 몇 수 앞을 내다보는 통찰과 그에 따른 치밀한 전략이 요구돼 '빙판 위의 체스'로 불린다. 언뜻 보면 운동도 아닌 것 같지만 한 경기에 6~7㎞를 걷는 효과가 있다.
컬링은 중세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돼 1998 나가노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으며 이번 소치올림픽(2월8~24일·이하 한국시간)에는 남녀 2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사상 최초로 컬링대표팀을 파견한다. 전원 경기도청 소속으로 구성된 여자 대표팀이 2월11일 오후2시 일본과 첫판을 치른다.
◇고위험 고수익이냐 저위험 저수익이냐=기본 룰은 단순하다. 4명씩으로 이뤄진 2팀이 빙판에서 스톤을 미끄러뜨린다. 경기는 1~10엔드로 구성되며 매 엔드 한 명이 2개씩 스톤을 던진다. 표적(하우스)의 중심원(버튼)에 가장 가깝게 스톤을 위치시킨 팀이 그 엔드의 승자. 상대보다 버튼에 가까운 스톤의 개수가 점수로 이어지니 한 엔드에 최대 8점까지 딸 수 있고 10엔드를 마치기까지는 2시간40분 정도가 걸린다.
무조건 버튼을 향해 스톤을 돌진시키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버튼에 자리를 잡았더라도 다음 순서의 상대 스톤에 밀려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통찰과 전략이 요구되는 이유다. 시종 버튼을 공략하는 '고위험 고수익' 전략도 좋지만 상대 스톤을 밖으로 쳐내는 게 먼저인 '저위험 저수익' 위주의 플레이가 안전할 수도 있다. 스톤을 하우스로 가는 길목에 박아놓아 상대 득점을 봉쇄하는 방법도 있다.
스톤이 볼링공처럼 휘어져 들어가는 '묘기'가 나오기도 한다. 브룸을 이용한 스위핑(빗자루질)의 힘이다. 컬링은 경기 전 얼음 표면에 물을 뿌려 페블(얼음 입자)을 만드는데 스위핑으로 이 페블을 닦아내 스톤의 이동 거리와 휘는 정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부지런한 스위핑은 스톤의 활주 거리를 3~5m 연장시킨다.
◇'어게인 2012' 메달이 보인다=소치 대회 여자 컬링에는 10개 팀이 나간다. 스위스·스웨덴·러시아·영국·덴마크·미국·캐나다·중국·일본에다 한국도 당당히 출사표를 던졌다. 2012년 3월 캐나다세계선수권에서 이룬 4강 기적을 발판으로 동계올림픽 도전사를 새로 썼다. 당시 대표팀은 최강 스웨덴을 9대8로 이기는 등 6연승을 달렸다. 지난해 9월 중국오픈에서도 캐나다를 누르고 우승하더니 11월 아시아태평양대회에선 홈팀 중국을 꺾고 정상에 섰다. 현재 한국의 세계랭킹은 출전팀 중 최하위인 10위. 하지만 첫 올림픽의 부담감만 떨친다면 2년 전 캐나다에서의 기적 이상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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