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코레일(옛 한국철도공사)이 ‘단일 사업으로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 사업에 전격 합의하면서 시장의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서울이 세계 10위권 ‘명품 도시’로 거듭날 것”이라는 오세훈 시장의 말처럼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한차원 끌어올릴 만한 거대한 잠재력을 갖춘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업무지구와 한덩어리로 묶인 서부이촌동은 쉽게 개발하기 어려운 곳이어서 원활한 사업추진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적지않다. 또 해당 지역에서 투기가 성행하는 것은 물론 안정세를 유지해온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추정 사업비 10조원을 들여 세계적 랜드마크를 짓겠다는 코레일의 구상에 제동이 걸린 것은 지난 3월. 서울시 도시ㆍ건축공동위원회는 최고 620m 높이의 초고층 랜드마크를 허용하는 대신 사업부지 중 16만여㎡(약 5만평)의 땅을 유보지로 남겨놓으라는 단서를 달았다. 철도정비창 부지와 맞붙어 있는 서부이촌동 지역을 코레일이 함께 개발해줬으면 하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코레일은 즉각 “수익성이 없다”며 사업자 공모까지 철회하는 배수진을 쳤지만 13차례에 걸친 협의 끝에 결국 서울시 요구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시는 서부이촌동이라는 ‘혹’을 코레일 측에 떠안기는 데 성공했고 코레일로서는 용적률과 주거비율 상향이라는 당근을 받으며 서부이촌동을 떠맡은 셈이다. 국제업무단지 자체의 청사진은 이미 그려져 있는 만큼 서부이촌동을 밑그림에 어떻게 포함시키느냐가 사업추진의 최대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강변에 늘어선 기존 아파트의 경우 멀쩡한 건물을 철거하고 재배치한 뒤 주민들에게 입주권을 부여하는 초유의 방식이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분값이 3.3㎡(1평) 당 1억3,000만원에 이르는 단독ㆍ연립주택 밀집지역이다. 도시개발사업으로 진행해 땅을 수용할 수도 있지만 땅값이 너무 비싸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자체 재개발을 유도하는 방법도 있지만 주민간 이견으로 표류할 경우 전체 사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번 합의에는 서부이촌동을 포함한 개발계획을 수립하지 못할 경우 원점으로 되돌린다는 조건도 걸려 있다. 코레일의 한 관계자는 “통합 개발을 자신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사업자를 선정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투기억제책도 전무하다시피 하다. 시는 서부이촌동 일대를 16일부터 5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지만 토지거래허가제는 180㎡(약 54평) 초과 토지를 거래할 때만 적용된다. 이 지역 주택의 대지지분은 대부분 180㎡ 이하로 잘게 쪼개져 있어 무용지물인 셈이다. 주택거래신고제 역시 신고만 하면 되기 때문에 거래 자체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철거대상인 대림ㆍ성원ㆍ동원ㆍ중산ㆍ시범 등 5개 아파트 단지는 개발이 진행되는 중에라도 언제든 사고 팔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거래제한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시세차익과 아파트 입주권을 노린 투기수요가 몰려들면 자칫 서부이촌동발(發) 집값 불안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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