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1이 놓이자 흑대마는 거의 수습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강동윤은 백4, 6의 수순을 얻어냈다. "그것으로 하변의 백이 부활했나?"(필자) "아닙니다. 여전히 하변의 백은 죽어 있습니다. 수상전인데 흑이 딱 한 수 빨라요."(윤현석) "그렇다면 강동윤의 절망 아닌가."(필자) "꼭 그렇지도 않아요. 조금 더 기다려 보세요."(윤현석) 백10이 강동윤의 준비된 수였다. 좌변의 흑대마와 좌상귀의 흑대마를 동시에 겨냥한 멋진 수였다. 흑5가 놓인 상태에서도 좌변의 흑대마는 아직 덜 살아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참고도1의 백1로 두고 백3으로 잡으러 가는 것은 잘 안된다. 흑14까지(13은 10의 자리) 좌변의 백이 도리어 잡힌다. 실전보의 백10이 놓이면 사정이 달라진다. 한 수 보강하지 않으면 좌변의 거대한 흑대마가 정말로 잡히는 것이다. 이세돌은 흑11, 13을 선수로 활용하고 흑15로 대마를 살렸다. "이렇게 되면 좌상귀의 흑이 잡히는데요. 아, 저의 착각이군요. 그냥 잡히는 것은 아니고 패가 됩니다."(온소진) 참고도2의 백1로 받을 수는 없다. 흑2의 먹여치는 간단한 수에 백이 그냥 함락된다. 온소진5단이 이 쉬운 수를 잠깐 착각한 것이었다. 착각할 것이 따로 있지. 이런 기초적인 수를 프로가 착각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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