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가 사상 처음으로 매매가의 70%를 넘어섰다.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간 격차가 30%로 좁혀진 것은 저금리 기조 속에 전세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민들의 전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전세'의 위험도 커지게 됐다.
한국감정원은 9월 말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이 지난달의 69.9%보다 0.1%포인트 오른 70%를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전세가율이 70%대로 올라선 것은 감정원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12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전세가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진 것은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0.48%로 매매가격 상승률(0.37%)을 웃돌았다.
아파트를 포함한 전체 주택의 전세가격도 이달 0.31% 오르며 전달(0.17%)에 비해 상승폭을 키웠다. 경기도의 전세가 상승률이 0.59%로 가장 높았고 이어 대구(0.46%), 인천(0.39%), 서울(0.31%), 충북(0.30%), 충남(0.27%) 등의 순이었다. 서울에서는 강동구(0.87%), 구로구(0.44%), 노원구(0.43%), 성북구(0.38%) 등이 전세가 상승을 주도했다. 전국에서 전셋값이 하락한 곳은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이 쏟아지며 1.6% 하락한 세종시가 유일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수도권의 경우 저금리에 따른 집주인의 월세 선호와 재계약 증가 등으로 신규 전세매물이 부족한 반면 계절적 성수기를 맞아 신혼부부의 수요 등이 증가하면서 전셋값 상승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수급불균형으로 전셋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권일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최근 아파트 매매가가 단기간에 많이 올라 매매 전환 대신 전세로 눌러앉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고 올해 안에 강남 재건축 이주 수요도 몰릴 것으로 예상돼 전셋값 상승세는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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