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부상하는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통상 두가지다. 경제대국이 됐지만 민주, 인권 등의 인류 보편적 가치가 없기때문에 결국 무너질 허상이라는 것이 하나다. 반대 켠에는 국가자본주의 등 중국 특유의 성장모델이 존재하며 중국 체제의 가치와 이념으로서의 '베이징 컨센서스'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같은 그동안의 정치, 이념적 이분법적 틀에서 벗어나 중국을 탐사적 방식으로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이며 중국을 이해하자는 참신한 책이 나왔다. 저자인 후안 파블로 카르데날과 에리베르토 아라우조는 스페인 '엘 문도'의 상하이 특파원과 AFP의 베이징 통신원을 지낸 기자들이다. 저자들은 2년동안 25개국 이상을 방문했으며 500건 이상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저자들의 발길은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남미 개발도상국 전체로이어졌다.
이 책이 또 한 가지 주목받는 이유는 중국의 공세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중국이 '어떤 방식으로' 세계 지배력을 높이고 있으며, 그것이 우리인류에게 던져주는 과제를 성찰케 한다는 것이다. 반중국, 친중국을 떠나 중국을 포함한 이 지구가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인류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중국의 부상은 세계 역사의 패권을 거머줘왔던 기존의 강대국들과 차이가 있다. 미국 등 이전의 패권 추구국들이 기본적으로 군사력을 바탕으로 세력확장에 나섰다면 중국은 '돈'이라는 조용한 수단을 사용한다. 이른바 '중국식 자본주의'가 팍스 시니카를 위한 무기다.
새로 나온 책 '중국뿐인 세상-중국식 자본주의의 세계 정복 탐사기'는 중국의 공세가 세계의 기존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를 탐색했다. 책은 페루의 광산촌, 콩고의 구리광산, 수단의 농장, 투르크메니스탄의 사막, 테헤란의 도로건설 현장, 시베리아의 숲 등 중국식 자본주의가 힘을미치고 있는 현장에서 그 현황과 미래를 분석했다.
저자들이 발견한 세계공략을 가능케한 중국의 힘은 무엇일까. 우선 중국수출입은행ㆍ중국개발은행 등 '정책은행'들이 공급하는 거의 무한대의 자본이 배경이다. 중국은 이 돈으로 저리의 차관을 제공하며 자원을 사들이고 있다. 또한 기업가 정신과 끈질긴 노동력, 모험정신도 바탕이 된다. 다만 이런 자본과 노동력은 중국 인민에 대한 용서없는 착취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이 책의 비판이다. 해외원조를 포함해 개발자금의 원천은 인민들이 불가피하게 은행에 둘 수밖에 없는 예금을 이용한 것이며 기업가 정신의 바탕에는 광범위한 저임금 노동력이 소모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중국의 공세를 맞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은 어떨까. 이들은, 기본적으로 지배층들은 현지 문화와 정서를 무시하는 중국식 자본주의에 분노를 느끼면서도 중국의 시대가 왔다는 것을 인정하며 수혜를 누리려 한다는 내용은 흥미롭다. 책은 무조건적인 비판에서 벗어나 중국의 투자나 지원이 대상 국가들의 사회와 정치에 미친 영향도 분석하고 있다.
책은 중국 성공의 수혜가 한줌밖에 안되는 공산당 지배층이 아니라 13억 인민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세기'도 일당독재, 부패, 인권유린, 환경파괴 등 중국내 온갖 부정적인 것의 세계적 확산이 아니라 사회정의와 인권존중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인들만이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의 무시될 수 없는 과제라는 것이 책의 결론이다.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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