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자사고 학부모·학생 “일반고 위기 자사고 때문 아냐… 자사고 폐지 정책 철회해야”

“단순히 학생을 섞어서 일반고 문제를 해결하자는 게 말이 됩니까. 서울대가 우수 학생을 독점하니 서울대를 없애자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배재고 학부모 이모씨)

서울시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 폐지 정책이 주춤한 가운데 19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자사고인 배재고의 학부모와 학생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이들은 일반고 위기의 원인은 자사고가 아니라며 자사고 폐지 정책의 조속한 철회를 요구했다.

학부모들은 한 목소리로 학교의 장점을 설파하며 자사고 존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학년 자녀의 학부모 전모씨는 “공부는 잘해도 학교생활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아이가 이 학교에 와서 적극적으로 변했다”며 “중학교에서는 뭘 잘한다고 하면 애들이 잘난체한다고 하며 부정적으로 봤지만 여기서는 서로 칭찬해주는 등 상생작용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학년 자녀의 학부모 성모씨도 “일반고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자습 관리가 되지 않아 학원을 서너개씩 다닌다”며 “학원 뺑뺑이를 돌리고 싶지 않았고 늦은 밤에 독서실에도 보내고 싶지 않아 이 학교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씨는 “한달에 등록금 25만원정도를 더 낸다는 이유로 귀족학교라고 하지만 학교가 학원의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기 때문에 전혀 그 돈이 아깝지 않다”며 “왜 일면만 보고 귀족학교라고 하며 서열화시키는지 불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반고 위기의 원인이 자사고에 있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자사고로 인해 일반고의 면학분위기가 저하됐다는 주장에 대해 학부모 전씨는 “자녀를 일반고에 보낸 학부모들의 경우 자는 애들도 교사가 깨우지 않으며 수업도 ‘학원에서 했으니 넘어가자’라는 식으로 하기 때문에 학교를 믿을 수 없어 대치동으로 실어날라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한다”고 말했고 2학년 자녀의 학부모 이모씨도 “학생들이 너무 많이 자서 일반고의 면학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하는데 과연 교사가 학생들을 깨우려고 노력해봤는지 궁금하다”고 반박했다. 김용복 배재고 교장도 “서울시내 고등학생 수가 33만4,000명인데 자사고가 수용하는 학생은 1만명뿐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특수목적고와 특성화고는 각각 1만4,000명, 5만명인데 고작 1만명인 자사고 학생들 때문에 일반고가 위기에 빠졌다는 것 수치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학생들은 이 같은 주장에 강하게 반박했다. 2학년 신준섭군은 “최상위권 학생들은 오히려 과학고와 외국어고 등의 특목고나 영재학교, (전국 단위 자사고인) 전주 상산고 등에 진학하지 자사고에 오지 않는다”며 “자사고에 오는 학생들은 내신 성적 10% 수준인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일반고의 면학분위기 저하 주장에 대해서도 신군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자는 등 집중하지 않는 문제는 학생들의 의욕을 향상시키는 방식으로 교육제도를 짜서 해결해야지 자사고만 폐지한다고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자사고 폐지 정책을 근시안적이라고 비판하는 의견도 나왔다. 학생회장인 2학년 김의겸군은 “상산고나 하나고, 특목고가 우수한 학생들을 다 뽑아간 가운데 조금 더 공부하고 싶다는 아이들의 욕구를 위해 지역 단위 자사고가 생긴 것 아니냐”며 “그런 취지에 맞는 학생들이 잘 다니고 있는데 이를 폐지하겠다는 건 학생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또 다른 2학년 학생은 “자사고가 당장 폐지되면 평준화는 되겠지만 결국 하향평준화가 될 것”이라며 “멀리 내다보는 정책을 세우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한 1학년 학생은 “과학고가 과학을, 예술고가 예술을 지향하는 것처럼 자사고는 공부에 좀 더 집중하는 학교의 한 종류에 불과하다”며 “일반고보다 나은 학습분위기를 위해 더 많은 등록금을 감수하고 다니는 건데 그런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왜 나쁘냐”고 반문했다.

교육위원장인 김문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가 전체적인 인재 양성의 관점에서 볼 때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 같은 학교에 다니게 하는 방식이 좋은건지 아니면 적절하게 같은 학교에 섞어서 못하는 아이들도 끌고 가는 게 좋은 건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며 “일반고 교사들은 자사고가 생긴 뒤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빠져나가서 수업을 진행하기가 너무 힘들어졌다고 토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행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자사고에 내신 성적 10%대의 아이들이 많이 몰려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일반고의 경우 특성화고나 특목고, 자사고 등으로 내신 성적 90~100% 아이들이 있으니까 수업이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사고가 일반고 위기의 100% 주범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일부 자사고의 지정취소를 주장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 과정에서 일부 의원은 학생에게 부모의 직업과 직위 등을 물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간담회에 참여했던 한 학생은 “부모님의 직업을 물어보는 것 자체가 자사고는 귀족학교라는 인식을 이미 가진 상태에서 단지 근거를 만들려고 한 것 아니겠느냐”며 “자사고의 실상을 보고 싶어 오셨다더니 이미 결론을 정하고 온 것 같다”고 불쾌해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