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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가난구제와 도덕적 해이

김인모 <논설위원>

근로소득보전세제(EITC)의 도입 여부를 놓고 찬반론이 무성하다. 조기 도입에 찬성하는 측은 자산소득의 불균형이 갈수록 확대되고 근로소득의 재분배에도 한계가 있어 양극화가 고착화할 우려가 큰 만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한다. 특히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일할 의욕조차 없는 사람까지 무차별로 지원해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는 단점이 있는 반면 EITC는 일정 한도의 연간소득자까지는 근로소득이 증가할수록 더 많이 지원되므로 근로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최저임금의 상향조정처럼 사업주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결점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근로소득보전세 부정수급 우려 그러나 신중론을 펴는 사람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근로빈곤층이 됐지 일할 의욕이 없어 가난한 아빠가 됐느냐는 반문이다. 결국 다섯 가구 가운데 한 가구 정도가 가족 중 아무도 직업이 없는 우리 실정에 비추어 일자리가 풍부한 선진국에나 필요한 제도를 도입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또한 정부에서 임금소득을 보전해주기 시작하면 고용주는 저임금을 개선하는 데 소홀할 가능성이 있고 국가적으로 일자리 창출 추진력도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큰 과제는 가난한 아빠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다. 아직도 국세청의 자영업자 소득자료 보유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이자소득이나 배당소득의 자료 보유율도 60%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EITC는 부정수급을 부추기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논리다. 사실 실시한 지 30년이나 된 미국에서도 부정수급액이 전체의 30%나 된다니 가난한 아빠들의 도덕적 해이를 걱정할 만도 하다. 물론 수급대상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카드로 임금을 결제하게 하고 자영업자의 간편장부 기장의무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볼 수 있다. 그러나 자영업자의 세원 파악이 짧은 기간 내에 이뤄지기 어렵고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실시할 경우 헌법의 평등권을 위배할 소지가 높다는 지적이다. 다음으로 신중론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재원 마련 문제다. 최저생계비 기준 150% 안팎의 소득가구만 대상으로 해도 최대 100만가구 정도가 되며 약 1조원의 재원이 필요할 뿐더러 선진국의 선례로 보아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소요예산이 늘어나기 쉽다는 분석이다. 걸핏하면 정치적으로 손대는 소득공제 확대를 자제할 경우 재원 마련이 손쉬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나 중산층 부담으로 차상위계층을 지원한다는 불만이 높아질 수 있다. 결국 EITC 도입에 대한 찬반론은 가난한 아빠의 도덕적 해이를 어떻게 막아내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국민들의 성숙한 도덕적 무장이 단시일 내에 이뤄진다면 다행이지만 신용불량자의 연체원금 삭감 보도가 나간 후 상환지연 사태가 빚어졌던 전례를 되돌아보면 정교한 보완장치로도 낙관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무엇보다 가난한 아빠의 도덕적 해이를 해소하려면 당초 목표를 잊고 EITC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병행해 실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기초생활보장제 병행 말아야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지출 규모가 선진국에 비해 낮고 특히 사회보장지출이 적다는 분석이 맞다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도출, 가능한 한 EITC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가속화하는 고령화 추세로 공공지출 소요가 급격하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지만 근로빈곤층 지원은 우리 경제를 저성장의 늪에 빠뜨린 내수부진에서 벗어나는 데 다소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복숭아와 배나무는 사람을 초대하지 않아도 꽃과 열매가 있어 그 아래에 절로 지름길이 난다(桃李不言 下自成磎)”는 사마천의 말처럼 작은 희망이야말로 경제를 회생시키고 양극화도 줄이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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