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갓 졸업하고 베이징에서 모 국영은행에 다니는 자(賈)모씨는 젊은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월급이 보통 민영기업의 5배 가까운 1만 위안에 육박하는데다 우량 국영기업이다보니 평생 근무가 보장되는 철밥통이다. 사실상의 독점 기업으로 정부의 든든한 지원아래 매년 노다지 수익이 나다 보니 명절, 연말이면 두둑한 보너스까지 나온다. 대학 졸업자에게 이들 국영기업에 들어가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뽑는 인원은 많지않지만 응시자가 워낙 많아 경쟁률이 최소 수백대 일에서 수천대 일에 이른다. 베이징의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영기업들은 형식상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채용 과정을 거치지만 공산당 간부 자제 등의 뒷배경이 없으면 좀처럼 들어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은행, 석유, 통신, 철강 등 주요 산업의 독과점 국영기업들은 자원의 집중,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 아래 개혁ㆍ개방 이후 지난 30여 년간 중국경제의 고속성장을 이끈 주역이다. 하지만 중국의 빈부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소득 재분배의 목소리가 분출되면서 국영기업도 개혁의 도마위에 올랐다. 비단 국영기업만이 타깃이 된 것이 아니다. 지금 중국에서는 불공정한 소득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해 임금구조, 세금제도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치고 사회복지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개혁의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를 중심으로 정부 각 부처들이 내년부터 시작되는 제 12차 경제개발 5개년 방안의 최대 중점 사안중 하나로 소득재분배를 선정하고 제반 개혁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장 오는 15일 열리는 중국공산당 제 17기 중앙위원회 제 5차 전체회의(제 17기 5중전회)에서 정부의 소득재분배 청사진이 검토되고 논의될 예정이다. 중국 밖에서는 이번 17기 5중전회에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시진핑 부주석의 대권 승계 여부에 주목하고 있지만 정작 중국 인민들의 온통 관심은 당과 정부가 말로만이 아닌 행동으로 민생개혁에 나서는지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국민소득 성장플랜 착수= 올해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세계 상위 10위 시가총액 기업에 공상은행, 중국석유화학공업집단공사(시노펙) 등 국영기업이 무려 4개나 랭크되는 등 중국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무섭게 약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인민 대다수는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진행된 두 자릿수 고속 경제성장의 과실이 국영기업을 위시한 민간 자본가, 이들과 결탁해 부당 이득을 챙긴 당, 관료 등 소수에게만 돌아 갔기때문이다. 실제 중국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국민소득비중은 가파른 속도로 역 주행했다. 이에 따라 이번 12차 5개년 계획에서 국민의 소득을 구조적으로 늘리는 성장플랜이 마련돼 추진될 전망이다. 쑤하이난(蘇海南) 인력자원 및 사회보장부 노동임금연구소장은 "노동자의 임금 인상, 부자의 소득 상한선을 규정, 불법ㆍ회색 소득을 근절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민소득 성장플랜을 제 12차 5개년 계획에서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고 말했다. 정부는 먼저 형식상으로만 존재해왔던 공회(公會)를 사측과 실질적인 임금ㆍ단체 협상을 할 수 있는 조직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기업 단위의 공회가 공산당 산하의 전국 규모 노조조직인 총공회 산하에 있었고 사측과 실질적인 교섭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껍데기만 존재하는 식이었다. 정부정책을 결정하는 공산당 밑에 노조 조직이 속해있다 보니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단체협상권을 부여할 경우 경우에 따라 파업 등의 실력행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올해 노동자 임금 인상의 불을 당긴 팍스콘 사태도 팍스콘 노동자들이 기존의 껍데기뿐인 공회를 벗어나 자발적으로 새로운 공회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정부 지원과 자원 독점으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챙기고 있는 국영기업 임직원 소득에 대해 상한선을 규정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또 정부 복지예산을 대폭 확충해 도시민과 농민공 등을 차별하는 후코우(戶口ㆍ호적)제도도 개혁된다. 농촌 호적자에 대해서도 도시 호적자가 받을 수 있는 주거, 의료, 양로 등의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농촌에서 도시로 올라와 살고 있는 농민공들은 저임금의 박봉에 시달리는데다 도시 호적자들이 누리는 복지혜택도 누릴 수 없어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세제 개혁통한 소득재분배= 세제개혁을 통한 소득재분배 노력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정부의 중점 사안이다. 노동자 등의 임금소득은 세원이 그대로 노출돼 어김없이 징수되는 반면 부자들의 주식ㆍ채권 투자 등에 따른 자본소득 등은 제대로 파악도 안 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개인소득세 원천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징수하는 것은 물론 부동산 투기를 잡고 세원 확보를 위해 부동산 보유세를 도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과세 구조가 임금과 부가가치세 등 전국민을 상대로 걷는 무차별적인 세원에만 치중돼있고 부자들의 소득 원천인 자본, 금융소득 포착에는 취약해 소득 불평등 구조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장빈(張斌) 중국사회과학원 재정무역소 세수연구실 주임은 "개인소득세와 주택보유세 과세의 미비는 현재 중국경제사회 발전을 제약하는 대표적인 문제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개인소득세를 각 성정부가 징수하고 있는데 다른 성에서의 소득 원천은 파악조차 못해 구조적으로 개인소득세를 종합적으로 징수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자들은 한 성에서만 사업을 한는 게 아니고 상당수 중국 전역에 걸쳐 사업체를 갖고 있는데 이 경우 제대로 된 소득세를 거둘리가 만무하다. 리양(李楊) 중국사회과학원 부원장은 "개인소득세 정보는 그 어떤 지방정부도 완전히 수집할 수 없으며 오직 중앙에서만 완벽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소득세는 중앙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득권의 반발, 업자와 관료의 부패 고리 등 난관도 많아 성사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도 팽배한 게 사실이다. 대표적 예로 대부분 지방정부가 세수 이외에 토지 판매 등 부동산 관련 수입으로 상당 수 재정을 충당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 등과 기업들과 이래저래 얽혀있는데다 업계 로비 등 기득권자의 반발이 워낙 거세 부동산 보유세 등이 실제 시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사회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중국 정부 재원의 40%가 부동산 판매 등 비과세 수입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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