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 투자를 줄여서라도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정부의 고육지책으로 이해할 만하다. 문제는 예산 축소분을 어떻게 메우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공항·도로 등을 건설할 때 공기업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모양이다. 전액 국고로 지원해온 지방공항 신규 건설 재원을 한국공항공사가 분담하고 고속도로 건설에는 한국도로공사의 재원을 적극 활용하는 식이다.
지금도 철도 등 SOC 건설에는 국고지원과 함께 공기업 재원이 투입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다수 공기업이 부채에 허덕이고 있음을 생각하면 공기업 역할 강화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잖아도 심각한 공기업 부실은 더욱 악화할 것이다. 역할 강화가 예상되는 도로공사의 지난해 부채는 이미 26조4,622억원에 이른다. 이자비용만도 연간 1조1,251억원, 하루 31억원에 달할 정도다.
그나마 건실한 재무상태인 공항공사도 안심할 수 없다. 정부는 합리적인 수준의 재원 분담을 이야기하지만 부채의 늪에 빠지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자칫 4대강 사업을 떠맡아 부채가 8조원이나 늘어난 수자원공사 꼴이 날 수도 있다. 2008년 19.6%에 불과했던 수자원공사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112.4%로 6배나 급증했다. 자체 수익으로 빚을 감당할 수 없어 4대강 부채 중 2조원 이상은 국민 혈세로 갚아야 할 판이다. 재정절감 운운하면서 공기업의 등을 떠밀기 전에 정부가 할 일은 따로 있다. 정치성 사업을 비롯한 불요불급한 SOC 투자부터 차단하고 걸러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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