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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 대담] (1) 제프리 삭스 美컬럼비아대 교수(지구연구소장)

"글로벌경제 패권, 美서 아시아로 이동" <br> "弱달러에도 세계경제 큰 혼란 없을것"


“글로벌 경제의 패권이 미국에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25년 후에는 아시아가 세계경제의 주체로 등장할 겁니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등과 함께 미국 ‘경제학계 3대 슈퍼스타’로 불리는 컬럼비아대 제프리 삭스 교수는 “ ‘팍스 아메리카나’ 경제 패러다임이 ‘팍스 아시아’구도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한국, 중국, 인도 등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세계경제의 성장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미국 경제의 완만한 성장과 아시아 경제의 수요창출이 상승작용을 하면서 향후 세계 경제는 별다른 혼란 없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삭스 교수는 한국경제에 대해 “한국은 원화강세를 흡수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가지고 있고, 거대한 중국과 아시아 소비시장을 두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한미간 자유무역협정(FTA)은 미 의회의 강경한 무역공세로 협상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컬럼비아대 로우 라이브러리(Low Library) 3층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글로벌 경제와 한국경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역할 등에 대해 들어봤다. -달러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세계경제가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과거 많은 경제학자들과 이론가들이 달러가치의 급격한 하락이 글로벌 경제의 금융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운이 좋게도 현실화하지는 않았습니다. 세계 경제가 달러보유를 줄이고 다른 통화로 다변화하는 상황에서 달러가치 하락은 지속될 겁니다. 하지만 저는 달러 회의론자들과 달리 앞으로 달러약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큰 혼란(disruption)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달러약세는 자연스런 현상인 것이죠. 다만 약달러에 대한 미국의 책임은 분명히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재정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재정건전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해야 합니다. -일부에서는 달러약세로 미국 경제의 헤게모니가 흔들릴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미국을 대체할 글로벌 경제 주체는 누가 될 것으로 보십니까. ▦미국의 달러약세는 기조적인 흐름으로 굳어질 겁니다. 앞으로 세계 경제의 중력(gravity)은 ‘아메리카 경제’에서 ‘아시아 경제’로 변할 겁니다. 향후 25년 후에는 아시아가 글로벌 경제의 주체로 등장할 것이며, 특히 중국 경제는 20년 후에는 세계 최대 경제 대국으로 부상할 겁니다. 경제권력의 이동이 시작되는 것이죠. 2050년에는 아시아 경제가 세계 경제 국민총생산(GNP)의 50%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경제의 패러다임 자체가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봅니다. 이러한 경제패권의 변화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그 동안 변방에 머물렀던 아시아 경제가 글로벌 경제의 주축으로 등장하면서 미국을 포함한 여타 경제권의 시장개방 압력과 보호무역 움직임이 더욱 가시화되면서 무역과 통상마찰이 심화될 겁니다. 패권을 지키려는 세력과 이를 장악하려는 경제세력간 피할 수 없는 갈등이라고 볼 수 있죠. 아시아 경제권 내분에서는 무차별적인 경제개발로 중국, 인도 등에서 기후변화와 식수오염, 에너지 고갈 등 생태학적 문제점들이 노출될 겁니다. 아시아 국가들이 비경제적 이슈들에 대해 전략적인 접근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죠. -앞에서 언급하신 대로 무역마찰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데, 중국 정부가 어떤 대응을 할 것으로 보십니까. ▦미국은 중국이 단기적으로 위안화 변동폭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위안화가 시장논리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시장시스템에 맡겨둬야 한다며 중국 정부의 팔을 비틀고 있지만, 중국이 위안화를 완전 변동환율제로 변화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또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위안화 변동폭을 크게 확대할 가능성도 거의 없을 겁니다. 중국은 은행 등 금융산업의 건전성, 환율변동에 따른 경제적 파장 등 거시 경제분야를 모두 고려해 신중하게 환율정책을 집행할 겁니다. 중국 정부는 인플레이션이 통제범위 밖에서 움직일 경우에는 위안화 평가절상을 단행하겠지만 현재 물가압력을 상당히 잘 제어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위안화 평가절상과 관련해 중국에 ‘과다한 영향력(over-influence)’을 행사하려 해서는 안됩니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는 것을 위안화 평가절하와 연결해 중국 경제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합니다. -그럼 위안화 가치의 객관성을 높이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 아닌가요. ▦맞습니다. 중국이 변동환율 바스켓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다른 국가들의 환율변동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바스켓 내에서 달러비중은 80%에 달합니다. 이전 달러 페그제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달러비중을 30%로 줄이고, 아시아와 EU비중은 각각 30%로 늘려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위안화 가치의 객관성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달러에 크게 의존하는 환율체제로는 객관성을 유지할 수 없으며 미국과 중국간 위안화 가치를 둘러싼 공방과 마찰은 끊이지 않을 겁니다. 바스켓 내부의 통화비중을 조절해 위안화 가치의 객관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보는 것이죠. -그렇군요. 이제 한국경제를 짚어볼까요. 지난 97년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를 겪은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한국 경제 전망은 어떻습니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25년 전 한국은 현대 과학기술에 기초한 경제성장을 표방했었는데 이는 올바른 접근 방법이었다고 봅니다. 정보통신과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높은 교육수준은 세계가 놀랄만한 효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세계 시장을 위협하는 한국 제조산업은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으로 봅니다. 제가 한국경제를 낙관하는 이유죠.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경제의 역동성은 한국 경제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될 겁니다. 아시아 경제는 미국을 포함한 북미경제권을 위협할 정도로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광대한 해외수요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과 아시아의 거대 소비시장은 수출중심의 한국경제에 자양분을 공급해줄 겁니다. 한국은 앞으로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할 겁니다. -하지만 원화강세로 한국의 수출경쟁력은 물론 성장률도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습니다. ▦한국은 정책 신축성을 높일 수 있는 재원과 기반이 충분합니다. IMF를 겪은 10년 전과는 비교할 수가 없죠. 단기부채는 적고 외환보유고는 많고 재무상태도 좋습니다. 달러약세라는 외부충격이 오더라도 한국경제는 이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한미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계획한대로 올해 3월말까지 타결될까요. ▦올해 의회를 주도하는 민주당은 FTA에 대단히 신중한 입장을 보일 겁니다. 협상 대상국의 시장개방 확대, 노동조건, 환경요건, 환율신축성 등 현재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을 포함한 FTA 협상에 딴죽을 걸 가능성이 농후하죠. 부시 행정부가 이전처럼 FTA 협상을 강력하게 추진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에서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봅니다. 한국과의 협상도 이전보다 훨씬 힘들 겁니다. 협상 시한도 별로 남지 않았죠. 부시 행정부는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의회 내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노무현 정부의 분배 중시 경제정책에도 불구하고 빈부격차는 확대되는 양상입니다. 왜 그런가요. ▦경제 규모가 확대되면 빈부격차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는데 어느 사회나 경험하는 것입니다. 도시와 농촌간 지역별 빈부격차, 비숙련 노동자들의 저임금, 사회보장제도의 부재 등을 꼽을 수 있죠. 나는 한국이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복지모델을 참고할 것을 권합니다. 경제효율성이 높으면서 교육과 과학기술이 뛰어나고 사회보장 시스템도 잘 갖추어져 있지요. -그럼 노무현 정부의 분배정책이 성공적이라고 보십니까. ▦속단하기는 힘듭니다. 오는 3월 정부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세계경제와 한국 경제에 대한 강연을 할 계획인데, 이 기회에 한국 분배정책의 허실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볼 생각입니다. 저는 한국 경제 숭배자입니다. 존경한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지난 25년간 교육과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투자와 발전은 너무나 인상적이며 세계 경제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경제들이 나아가야 할 역할모델을 만들었습니다. 또 향후 한국이 이들 국가들에 대한 상품과 기술수출도 주도할 것으로 봅니다. 성장 우선정책을 이어가야 합니다. 이와 병행해 분배를 같이 해야 합니다. 성장과 분배가 병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 특별보좌관으로 일하면서 북한과 같이 지배구조가 취약한(poorly governed) 국가에 대해서는 해외원조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요. ▦경제지원을 통해 개별 국가의 정치적 위기를 풀어나가는 것은 국제사회의 책임입니다. 북한의 경우 경제제재와 위협을 통해 문제를 풀기 보다는 경제발전을 측면지원하면서 정치적 난관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정치불안정으로 대량살상이 자행되고 있는 수단과 북한은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다만 북한에 대한 국제원조가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해외원조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 힘듭니다. 북한 정부로부터 해외원조의 규모와 용도, 집행과정 등을 모두 보고받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합동조사단을 파견해야 합니다. 국제원조가 경제개발 지원에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다른 용도로 유용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한국 정부의 대북 경협지원에 대해 미국은 달갑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경제지원을 통한 정치적 문제 해결은 좋은 접근방법입니다. 북한의 핵실험과 6자회담 난관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등 남북 경협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북한의 핵카드에 끌려다니며 단지 돈을 주는 것만으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남북한이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협정을 맺어야 합니다. -유엔이 주도한 빈곤타파를 위한 밀레니엄 프로젝트를 추진했었죠. 반기문 사무총장이 직면한 과제는 무엇입니까. ▦세계 평화와 안보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국제사회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도록 기후변화, 해양자원, 빈곤, 보건 등의 분야에 대해서도 유엔 회원국과 적극적인 협력과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반 총장은 대단히 활동적인 리더인 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반 총장이 아프리카의 가난과 질병, 인종갈등 등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봅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빈곤의 종말(The End of Poverty)’을 통해 선진국과 후진국간 빈부격차의 현실과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지적했습니다. 글로벌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미국과 선진국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까. ▦미국은 지금보다 더 많은 해외원조를 해야 합니다. 미국의 경제규모를 감안할 경우 미국은 해외원조에 너무 인색한데 이는 막대한 군사비 지출과 비교하면 천양지차죠. 한참 잘못된 겁니다. 유엔에서 11번째로 분담금이 많은 한국도 앞으로 더욱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한국은 지난 40년간 짧은 기간에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압축성장에 성공했습니다. 경제 인프라는 물론 교육수준, 과학기술 등 실질적인 성공 케이스를 아프리카 국가에 적용할 수 있을 겁니다. 미국과 유럽 모델이 아닌 한국식 경제발전 모델을 아프리카에 적용한다면 아프리카의 빈곤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회원국, 특히 아프리카의 빈곤문제를 다루게 된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 제프리 삭스는 누구? 국제경제학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선진국의 경제발전 보다는 후진국의 빈곤과 질병 타파에 경제학이 활용되고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빈곤에 시달리는 가난한 나라에 대한 맞춤 경제처방으로 유명한 그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학자'로 평가했다. 지난 86~90년 볼리비아 대통령 자문역을 지내면서 4만%에 달했던 인플레이션을 10%대로 끌어내려 국제적 명성을 얻었으며 이후 아르헨티나,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 개발도상국의 금융개혁 자문을 맡았다. 지난 97년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린 고금리처방을 강력하게 비판해 한국에 더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워런 버핏 회장에게 필독서로 추천한 그의 저서 '빈곤의 종말'을 통해 그는 극단적 빈곤을 끝내고 선진국과 후진국이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계산법을 제시하고 있다. ◇ 약력 ▦54년 미국 미주리주 출생 ▦76년 미 하버드대 경제학과 졸업 ▦80년 미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83년 미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95년 미 하버드대 경제개발센터 소장 ▦2002년 미 컬럼비아대 보건정책 경영학 교수 ▦2002년 유엔 밀레니엄 프로젝트 이사 ▦2002년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의 경제특별자문관 ▦주요 저서: 빈곤의 종말(2005), 러시아 법치와 경제개혁(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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