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차 양적완화 조치가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의 새로운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과 브라질 등 일부 신흥국이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의 2차 양적완화를 문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함에 따라 오는 11일 개막하는 서울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공격의 화살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5일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세계가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을 우려 속에 주목하고 있다"며 "미국이 양적완화에 대해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추이 부부장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하는 G20 서울회의와 관련해 회의에 임하는 중국의 입장을 이같이 밝힌 뒤 미국이 양적완화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면 세계경제 회복과 성장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손상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외교부의 이 같은 입장표명은 환율 문제에서 수세에 몰렸던 중국이 지난 3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추가 완화 결정을 계기로 G20의 핵심의제를 중국의 위안화 절상에서 미국의 2차 양적완화로 돌려 자국통화 절상압력을 피해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왕전중(王振中) 중국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부소장도 "일본 등 선진국이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을 쫓아갈 경우 형성되는 자산 거품과 유동성 핫머니 등은 개도국에 매우 큰 문제"라며 "G20 서울회의에서는 양적완화 정책이 주된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간 '환율전쟁'을 비난해온 브라질도 이번 G20 서울회의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을 정면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 등 해외 언론들에 따르면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서울회의에서 환율전쟁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서울회의에서 환율 문제를 정면으로 따질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그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당선인과 함께 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헤알화 과대평가(절상)를 막고 브라질의 이익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그들(미국 등)은 우리 두 사람을 한꺼번에 상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두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도 "헬리콥터를 타고 달러화를 뿌려대서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결과는 국제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획득하기 위해 달러화 가치를 낮추는 것뿐"이라고 혹평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미국의 양적완화에 촉각을 곤두세워온 일본은 이 조치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피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행은 5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5조엔 규모의 금융자산 매입을 다음주부터 조기 집행하기로 결정하는 등 미국의 '돈 풀기'에 대한 맞대응에 나섰다. 특히 정부 일각에서 6,000억달러에 달한 미국의 2차 양적완화 규모를 의식한 추가 완화의 필요성을 제기함에 따라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가 G20 서울회의 이후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경제재정담당상은 다음주부터 실시되는 국채ㆍ주식펀드 등 금융자산 매입에 대해 "조기 매입에 나서는 것은 평가 받을 일이지만 문제는 미국에 비해 (규모가) 너무 작다는 것"이라며 추가 양적완화 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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