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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부시의 유가대책 '속빈 강정'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처지가 안됐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값싼 석유가 인간의 기본권으로 여겨지는 곳인데 드라이빙 시즌(휴가철)을 앞두고 자동차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3달러까지 오르면서 국민들의 부시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조금 꼼꼼히 살펴보면 부시가 그렇게 된 것은 자업자득이다. 왜냐하면 부시는 미국민들의 ‘석유 중독’을 개선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9ㆍ11 이후 부시는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중동 석유 의존도를 낮출 절호의 가졌다. 그는 에너지 문제에 정계 및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실패했다. 비본질적인 전력망 개선에 매달렸을 뿐 아니라 불필요한 에너지법안 하나에 4년이나 허비했다. 과도한 수송비용 등 현재 미국의 1인당 에너지 소비율은 엄청난 수준이다. 경쟁국 일본의 세 배다. 이처럼 높은 에너지 소비 수준에선 백약이 무효인 셈이다. 그럼에도 부시는 이번주 각종 에너지 대책 ‘꾸러미’를 쏟아냈다. 그중 핵심은 석유시장에 공급물량을 늘리기 위해 전략유 추가 비축을 올 여름 성수기가 끝나는 가을까지 중단하라는 것이다. 또 거액의 순이익을 올린 정유회사가 담합을 통해 부당하게 높은 가격을 책정했는지도 조사하라고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명령했다. 하지만 시장은 이를 ‘비현실적인 포퓰리즘’으로 일축했다. 석유 값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핵심은 70년대 오일쇼크 때와는 달리 고유가가 시대의 흐름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5년 전에 배럴당 70달러 시대를 내다보고 있었다. 다시 말해 저유가 시대는 끝났다는 의미다. 세계 어느 곳에도 더 이상 석유를 공급할 만한 지역이 남아 있지 않다. 이에 반해 개발도상국 특히, 중국의 석유수요는 석유정제 능력을 압도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석유수요 과잉, 공급부족이 고유가의 근본 원인이다. 이것이 바로 이번 부시의 고유가 대책 ‘꾸러미’가 속 빈 강정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차라리 이란과의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는 게 지름길일 수 있다. 또 미국의 ‘석유 중독’은 정치적 결단에 의해서만 치유될 수 있다. 엄격한 연료효율 기준, 현실적인 세금 체계 및 대체에너지 기술에 대한 투자 인센티브 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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