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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페스티벌과 함께 했던 뜨거웠던 여름은 뒤로 하고, 감미로운 재즈 선율이 가을 바람과 함께 찾아온다. 가을의 길목인 9월과 계절의 색이 점점 짙어지는 10월, 각종 재즈 페스티벌이 음악 팬들의 마음을 파고든다.
내달 3∼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ECM페스티벌'이 가을 음악 축제의 서막을 연다. ECM은 프로듀서 만프레드 아이허(70)가 1969년 독일에서 설립한 레이블로, 도이치 그라모폰 (DG)·블루노트 등과 함께 세계적인 음악 레이블로 평가 받고 있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키스 자렛 등 재즈계의 스타들을 통해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다. 재즈뿐 아니라 클래식·민속음악·현대음악 이르기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랑한다. ECM 소속 아티스트들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다양한 공연을 선사한다. 재즈 기타리스트의 거장 랄프 타우너(73)는 한국인 보컬(vocal)로는 최초로 ECM에서 음반을 발매 하는 재즈 가수 신예원(32)과 함께 합동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신예원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며느리로 잘 알려져 있다.
내달 6일과 7일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는 '유러피언 재즈 페스티벌'이 열린다. 미국이 아닌 유럽에 초점을 맞춘 재즈 음악 페스티벌로는 첫 번째 자리다. 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 등 8개국 음악인이 참여한다. 재즈가 태동한 것은 미국이지만 여러 가지 색깔로 변주돼 풍성함을 더한 건 유럽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이번 음악제가 마련됐다. 본고장 미국에서 유럽으로 건너간 재즈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한눈에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공연을 기획한 플러스히치의 관계자는 "유럽 재즈의 매력은 나라별로 독특한 색채가 있는 것"이라며 "1·2차 세계대전을 통해 미국에서 유럽으로 재즈가 전파된 뒤 반세기가 넘는 동안 나라별로 독창적 스타일을 구축하게 됐다"고 밝혔다. 유럽 재즈의 전설로 불리는 이탈리아 재즈 피아니스트 엔리코 피에라눈치(63)는 래리 그레나디어(베이스), 제프 발라드(드럼)와 트리오로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기존 재즈 보컬(가수)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파격적 스타일로 노래하는 마리아 주앙(57)은 2009년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에 참가한 이후 다시 한번 내한공연을 갖는다. 30년간 그녀의 옆을 지켜온 피아니스트 마리오 라지냐가 함께 무대를 꾸민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재즈 페스타'는 국내 내로라하는 재즈 뮤지션들이 꾸미는 성찬(盛饌)에 가깝다. '샴푸의 요정'등 명곡으로 90년대 한국 퓨전재즈의 시작을 알렸던 그룹 '빛과소금'(베이스 장기호·키보드 박성식)의 무대를 다시금 만날 수 있다. '한국 재즈의 대모'로 통하는 박성연은 후배 가수 말로와 호흡을 맞춰 듀엣 무대를 선보인다. 특히 올해 축제엔 여러 장르 뮤지션의 협연이 돋보인다. 가수 정엽은 밴드 재즈파크빅밴드와 함께 공연을 펼치고, '재즈 디바' 웅산은 래퍼 MC스나이퍼와 함께 이색적인 무대를 연출한다. 이들은 내달 7일·8일 서울 예술의전당 야외무대와 CJ토월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재즈 페스티벌의 터줏대감 격인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도 어김없이 음악 팬들을 찾는다. 10월 3일∼6일까지 경기도 가평 자라섬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이 페스티벌은 그간 대중에게 낯선 장르였던 재즈를 주류 장르로 이끌도록 가교 역할을 톡톡히 했다. 2004년 첫 걸음을 내디딘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은 지난해까지 누적 관객수 117만 명(주최측 추산)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거장 피아니스트 압둘라 이브라힘, 재즈계 유명 기타리스트로'캡틴 핑거'라는 별명을 가진 리 릿나워 등 해외 뮤지션들이 무대에 선다. 국내에서는 재즈 부자(父子) 연주자인 색소포니스트 정성조와 트럼본 연주자 정중화가 속한 정성조 퀸텟(5인조)은 물론, 조영덕 트리오(3인조), 나윤선 등이 무대의 풍성함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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