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퇴직자들의 재취업 문제는 할리우드도 다르지 않은가 보다. 그들이 날렵하게 적을 무찌르던왕년의 액션 스타였을 경우엔 더욱 그렇다. 살짝 벗겨진 머리와 액션을 하기엔 다소 둔해진 몸집은 이들을 액션 영화에서 퇴출시켰을 법 하지만 오히려 할리우드에선 이들에게 ‘명예퇴직자’역을 부여해‘재취업’의 기회를 주었다. 입에 욕을 달고 살면서 만사 귀찮다는 표정으로 끈질기게 적을 쫓아다니던 영화 ‘다이하드’ 시리즈의 형사 브루스 윌리스는 은퇴한 미국 중앙정보부(CIA)의 전직 최고 특수요원으로 돌아왔고 ‘크림슨 타이드’, ‘맨 온 파이브’, ‘데자뷰’, ‘펠헴 123’에 이어 다섯 번째로 토니 스콧과 손잡은 연기파 배우 덴젤 워싱톤은 은퇴를 앞둔 기관사로 찾아왔다. 한 물 간 듯한 스타들이 주연이지만 이들이 영화에 불어넣는 생동감은 예전 못지 않다. 우연히도 이 둘의 영화 속 이름 역시 ‘프랭크’다. 신참 기관사와 은퇴를 앞둔 베테랑 기관사가 브레이크 없이 도심을 폭주하는 기차를 막는다는 내용의 영화 ‘언스토퍼블’에서 덴젤 워싱톤은 베테랑 기관사 프랭크로 극의 중심을 이끈다. 영화는 이론만 아는 신참 기관사보다 수십년간 몸을 체득한 지혜가 얼마나 빛을 발휘할 수 있는 지 보여준다. 결말이 다소 싱겁긴 하지만 쉰이 넘은 중년배우도 극을 속도감 있게 이끌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온 몸으로 증명해 보인다. 10일 개봉. 어딜 가도 사건에 휘말리는 게 너무 자연스러워 보이는 브루스 윌리스는 영화 ‘레드’로 돌아왔다. 제목부터가 ‘은퇴했지만 굉장히 위험한’(REDㆍRetired Extremely Dangerous)이다. CIA특수요원이었다가 연금을 받는 신세가 된 프랭크는 어느날 정체불명의 무리에게 습격받고 은퇴한 과거 CIA 동료들을 소집해 공격을 시도한다. 언뜻 지난 6월 개봉했던 ‘A특공대’가 연상되는 줄거리지만 밋밋하게 힘 자랑만 하던 ‘A특공대’와 달리 ‘레드’는 다양한 ‘은퇴자’ 들의 캐릭터가 모여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지난주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는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며 선전했다. 은퇴자 동료들로는 모건 프리만, 존 말코비치, 브라이언 콕스, 헬렌 미렌이 출연한다. 당분간 이들도 재취업이 힘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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