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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정상회담 성사, 아베 태도변화에 달렸다

박근혜 대통령 대화 전제조건 '日 위안부 사과' 내걸어

中-日도 센카쿠 영유권 해석문제 놓고 다시 마찰

日 입장 변화 압박하며 中과 연대강화 부수 효과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오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지인 호주 브리즈번 국제공항에 도착, 전용기에서 내려 환영인사들과 악수하고 있다(사진 왼쪽). 오른쪽 사진은 지난 1968년 9월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와 함께 호주 캔버라 공항에 도착한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 호주는 1968년 당시 성심여고 2학년이었던 박 대통령의 첫 해외 방문지였다.
/사진제공=국가기록원 브리즈번=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미얀마 네피아에서 열린 아세안(ASEAN)+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했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향적인 태도변화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공염불로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과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중국은 이번주 일본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 등 4개항에 대해 합의하며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벌써부터 문구에 대한 해석차이를 놓고 티격태격하고 있다. 한중일을 둘러싼 현재의 외교·안보 상황과 여건으로서는 3국 회담의 전제조건이 충분히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문제 해결의 열쇠는 아베 총리가 쥐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도 이 같은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주철기 외교안보 수석은 14일 브리즈번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일본 과거사 해결 등) 우리의 기존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여러 가지 외교여건이 성숙되고 주변환경이 안정되면 정상회의 재개를 준비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차분히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아베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독도문제, 역사 왜곡 등 양국 간 외교 현안에 대해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을 경우에는 정상회담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중국과 일본은 외견상으로는 4개항에 합의하며 정상회담을 갖는 형식을 취했지만 센카쿠열도의 영유권 해석 문제를 놓고 다시 마찰을 빚고 있어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청와대는 일본의 태도변화를 전제로 조심스럽게 3국 회담 시기와 내용을 조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 수석은 "가급적 이르면 오는 12월 말 전후로 한중일 외교장관회의가 개최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3국이 이번 주요20개국(G20) 회의가 끝나고 돌아가서 협의를 거쳐 외교장관회의를 다시 개최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 "(3국 외교장관회의가) 개최되고 분위기가 성숙되면 그 결과에 따라 앞으로 한중일 정상회의를 언제, 어떻게 개최할 수 있을지 여건을 마련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G20 정상들은 아베 총리에게서 거리를 뒀던 박 대통령이 3국 정상회담을 전격 제안한 배경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눈치다. 지금까지는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을 제안하고 우리가 이를 거부하는 것으로 비쳐지면서 우리 정부가 대화에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줬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정상회담을 제안하고 그 대신 아베 총리의 태도변화라는 선결 조건을 내걸어 일본을 압박하겠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한국과 중국이 일본의 역사인식 왜곡에 공동으로 대처한다는 이미지도 국제사회에 심을 수 있고 중국과의 연대도 강화할 수 있는 부수효과도 얻을 수 있다.

특히 동북아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일 양국의 화해와 협력을 기대하고 있는 만큼 3국 정상회담 제안을 통해 이 같은 미국의 입장도 수용하는 전략적 계산도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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