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팬들이 기다려온 '볼트 타임'이 다가왔다. 볼트는 22일 개막하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베이징 세계선수권대회에 모습을 드러낸다. 남자 100m와 200m, 400m 계주에 출전하는데 최대 관심은 역시 23일 오후10시15분(한국시각) 출발 총성을 울리는 100m다. 9초58의 세계기록을 보유한 볼트는 2012 런던 올림픽, 2013 모스크바 세계선수권에 이어 메이저 3개 대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100m에서 타이틀을 지켜내면 메이저대회 3회 연속 3관왕도 유력해진다.
볼트는 그러나 발 부상 등으로 지난 한 해를 사실상 통째로 쉬었고 올해도 많은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번 경기 관전 포인트가 볼트의 세계기록 단축이 아닌 타이틀 방어 여부인 이유다. 볼트는 "9초7을 뛰면 우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감 넘치는 언행이 트레이드마크인 볼트가 세계기록 경신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데서 정상 컨디션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코치인 글렌 밀스는 최근 자메이카 신문 더 글리너와의 인터뷰에서 "크고 작은 부상 탓에 준비가 완벽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볼트는 메이저대회에 강하다. 이기는 법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키워드는 도핑이다.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유럽 언론의 보도가 나온 후 첫 메이저대회이기 때문이다. 이달 초 영국 선데이타임스와 독일 공영방송 ARD는 2001~2012년 메이저대회에 출전한 800명 이상의 선수가 금지약물을 복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내부 고발자로부터 입수한 IAAF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어서 파장은 더 컸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핑 의혹이 짙은 문제의 800명은 10여년 동안 메달의 3분의1을 가져갔다. IAAF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분위기는 어수선하기만 하다.
남자 100m에서 볼트의 대항마로 꼽히는 저스틴 개틀린(33·미국)도 도핑으로 선수생명에 위기를 맞았던 전력이 있다. 출전정지 징계 이후 복귀한 게 2010년인데 이번 '도핑 폭로' 사태의 영향으로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개틀린은 2001년 암페타민 양성반응을 보여 2년간 대회에 나가지 못했고 2006년 다시 테스토스테론 복용으로 4년간 출전이 정지됐다. 두 번째 도핑 적발이라 영구 출전정지가 예상됐으나 8년으로 결정됐고 얼마 뒤 다시 4년으로 징계 기간이 줄었다. 미국반도핑기구(USADA)의 결정이었다. USADA는 반도핑 캠페인을 돕겠다는 개틀린의 의사를 받아들이며 영구 징계를 8년으로 낮춰줬던 곳이다. 남자 100m에 자존심이 유독 강한 미국이라 자국 선수 봐주기 의혹이 일었다.
개틀린은 도핑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자신의 이름이 끄집어내지는 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첫 번째 금지약물 복용은 주의력결핍 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과정에서의 부주의였고 두 번째 징계 이후에는 피나는 노력으로 다시 정상급 실력을 회복했다는 것이다. 개틀린은 2013 모스크바 세계선수권에서는 볼트에 밀려 은메달에 만족했지만 올 시즌은 9초7대 기록을 네 번이나 작성했다. 지난 5월 카타르 도하 다이아몬드리그에서 찍은 9초74는 올 시즌 1위 기록이다. 볼트의 시즌 최고기록 9초87보다 0.1초 이상 빨랐다.
육상계는 볼트 편이다. 도핑에 한 번도 적발되지 않은 볼트와 두 번이나 '전과'가 있는 개틀린을 선과 악으로 갈라 세우는 분위기다. 19일 IAAF 회장에 선출된 세바스천 코(영국)는 "개틀린이 우승하면 골치 아파질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