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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시간) 독일 라이프치히의 BMW 공장 중앙 건물에 들어서자 2, 3층 높이의 컨베이어 벨트가 먼저 눈에 띄었다.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소리 없이 천천히 움직이는 것은 아직 미완성인 BMW의 전기차 'i3'였다. 이 컨베이어 벨트는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식사를 하는 공간을 넘나들며 각 공정 사이를 이동하도록 설치됐다. 공장의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컨베이어 벨트는 끊임 없이 자동차를 날랐다. 사람과 자동차, 그리고 공장 전체가 공생하고 있다는 인상이었다.
BMW 라이프치히 공장의 중앙 건물은 애초부터 '숨쉬는 공장'이라는 콘셉트 아래 세계적인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건물이다. '숨쉬는 공장'은 인간과 자연이 숨쉴 수 있는 공장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BMW 라이프치히 공장은 철저히 기계가 중심인, 가끔은 사람이 기계 설비 사이에서 '이물질'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일반적인 공장과는 달랐다.
예를 들어 자동화 공정이 아니라 사람이 관여해야 하는 공정의 경우 그 부분만 콘크리트가 아닌 목재 바닥을 설치했다. 서서 일하는 작업자의 다리가 덜 피로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중앙 건물은 공장 부지 한가운데의 삭막한 사무동이라기보다 차라리 미술관에 가까운 내외부 디자인을 자랑한다. 각종 회의실이나 작업 공간은 투명한 유리벽으로 에워싸여 더 친근한 소통이 가능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덕분에 중앙 건물은 지난 2005년 '독일 건축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입구 부근에선 언제나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데 이날은 '심장'을 주제로 건강한 심장을 지키는 법이나 응급처치법 교육, 심장 건강 점검 등을 받으려는 근로자들이 몰려 활기가 넘쳤다.
친환경적인 공장을 만들려는 노력도 곳곳에서 엿보였다. 공장 안내를 담당한 BMW 관계자는 "작업 공간을 나누는 가림막조차도 목재와 마 섬유로 만들어져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공장에는 냉난방 시스템도 따로 없다. 대신 공장 주위에 높게 솟은 풍력발전기 4기가 210만㎡의 면적에서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를 공급하며 외부 공기를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일정 온도를 유지한다. 또 다른 공장과의 물류는 트럭이 아니라 철도로 이뤄져 매년 1,0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감하고 있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 역시 자연과 숨쉬는 친환경 차량이다. 다음달 말 국내에도 출시될 BMW 최초의 전기차인 i3가 이곳에서 하루 70대씩 생산된다. i3는 일단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전기차라는 점에서 친환경적이지만 BMW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i3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알루미늄의 50%는 재활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i3의 75%를 재활용할 수 있다. 열가소성 플라스틱 부품처럼 일부 부품은 아예 처음부터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제작된다. 셀무트 슈람 BMW i 프로덕션 총괄은 "전기차용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등 앞으로도 재활용 가능한 범위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i3에 적용되는 신소재인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CFRP)의 생산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도 100% 수력발전으로 생산된다. 덕분에 여타 BMW 차량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50%만으로도 생산이 가능하다.
BMW 라이프치히 공장은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물음의 결과다. 슈람 총괄은 "미래의 교통수단은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묻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했다"며 라이프치히 공장과 BMW 친환경차 프로젝트의 출발 지점을 설명했다.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자동차의 이용부터 폐기까지 모든 과정이 지속 가능해야 한다. 지속가능성이란 끝도 시작도 없는 일상적인 태도'라는 것이 BMW의 철학이다. BMW는 지난 2005년 라이프치히 공장을 짓는 데 약 130억유로(약 20조원)를 투자했다.
한편 BMW는 라이프치히 공장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i8'의 생산도 조만간 개시할 계획이다. 스포츠카의 외양과 성능이지만 가솔린 엔진과 하이브리드 동기모터를 모두 갖춰 리터당 약 40km 수준의 연료 효율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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