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부동산시장은 '백약이 무효'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깊은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유럽발 재정위기 악화와 국내 가계부채 증가로 경기가 급속도로 위축되며 매수심리가 바닥을 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5ㆍ10 부동산활성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도무지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28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0.87% 하락했다. 수도권은 상반기 동안 거래량이 크게 줄면서 지난해 하반기보다 낙폭을 키웠다. 지방의 경우 지난해의 오름세가 이어지기는 했지만 가격 상승폭은 크게 둔화됐다.
2~4월에는 4ㆍ11 총선 이후의 급매물, 저가 매물의 거래로 연초에 비해 거래량이 소폭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전반적인 거래시장의 위축을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활황세를 이어가던 지방도 단기간 아파트 값이 급등하면서 실수요자들의 접근이 다소 어려워진 탓에 지난해 상반기보다 39%가량 거래량이 줄어든 9만7,787건이 거래되는 데 그쳤다.
수도권 집값의 바로미터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가격이 급전직하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올 상반기 2.85% 하락했고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값은 3.3㎡당 3,000만원 초반대까지 내려가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수준에 근접했다.
지난해 10월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과 함께 재건축 사업의 공공성이 강조됐고 재건축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거래 부진과 가격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5ㆍ10대책에서 나온 규제완화가 미비했고 유럽발 재정위기가 다시 부각되면서 시장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아파트 거래는 위축됐지만 상반기 신규 분양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다소 늘었다. 하지만 수도권과 지방 간 명암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신규분양단지는 총 186곳으로 이중 수도권은 28%인 53곳에 그쳤다. 지방이 133곳으로 70%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순위 내 마감된 전국 85개 단지 중 73곳이 지방 물량일 정도로 지방 강세가 뚜렷했다.
하반기 기상도 역시 밝지는 않다. 시장을 반전시킬 호재가 없는데다 오히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더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분위기가 워낙 위축돼 있어 당장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기는 어렵겠지만 정부가 거래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경우 중소형 위주의 거래 회복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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