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서 촉발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이탈 조짐이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넘어 핀란드 등으로 확산돼 '유로존 도미노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 금융전문사이트 마켓워치의 매슈 린 칼럼니스트는 "어느 한 국가가 (유로존을) 떠나면 다음 국가가 뒤를 잇기는 훨씬 쉽다"면서 유로존 회원국이 줄줄이 이탈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을 뜻하는 '그렉시트(Greece+Exit)'에 이어 스페인의 공포(Panic)를 나타내는 '스패닉(Spanic)', 이탈리아의 탈출(Quit)이라는 뜻의 '퀴탤리(Quitaly)'가 진행되고 마지막으로 핀란드의 유로존 이탈, '피시트(Fixit)'로 귀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재총선 D-2 그리스, 3차 구제금융설=그리스가 오는 17일 재총선을 실시한 후 등장하는 새로운 정권이 지속적인 개혁을 내세워 3차 구제금융을 요구할 것이라고 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가 보도했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신민당의 안토니스 사마라스 대표도 13일(현지시간) 앞서 유럽연합(EU) 등 트로이카와 약속한 긴축정책 시행시기를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겠다는 긴축 재협상 카드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실상 3차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13일 "그리스 정부가 구제금융 약속을 어길 경우 유로존 회원국 일부는 그리스의 탈퇴를 희망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그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리스 국민들은 이에 대비해 은행에서 대거 예금을 인출하는 한편 생활필수품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그리스에 대한 익스포저(대출 등 위험노출액)가 높은 키프로스 은행권에 대한 구제금융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무디스는 13일 "키프로스가 그리스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키프로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Ba1'에서 'Ba3'로 2단계 강등했다.
◇스페인 공포(Spanic), 국채금리 급등=앞서 은행권 부실 해소를 위해 1,0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스페인의 경우 추가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국가 차원의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스페인은 이번주 들어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구제금융의 마지노선인 7%를 향하고 있다.
지난 8일과 13일 피치와 무디스가 각각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3단계 강등한 데 이어 미국의 중견 신용평가업체인 이건존스도 13일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인 'CCC'로 하향했다. 이 회사의 션 이건 대표는 "스페인의 국가 부채가 많고 은행의 신용도가 좋지 않다"면서 "6개월 안에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신청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스페인 따라 이탈리아도 탈출(Quitaly)=스페인과 마찬가지로 이탈리아도 부채 급증, 경기 침체 등을 우려한 해외 투자가들이 국채를 투매하면서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다. 14일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6.284%를 기록하며 5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또 13일 이탈리아가 실시한 65억유로 규모의 1년 만기 단기 국채 입찰에서는 발행금리가 3.972%까지 올라갔다. 한달 전의 2.340%에 비해 크게 오른 것이다.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탈리아는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의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 역시 스페인과 동등한 조건을 요구하며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구제금융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탈리아가 유로존을 탈퇴할 수도 있다는 협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강소국 핀란드 이탈(Fixit) 가능성도=만약 유로존을 탈퇴하는 국가가 등장한다면 핀란드가 첫 주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마켓워치는 핀란드의 경제 규모가 작으면서도 탄탄한 강소국이라는 점, 지난 총선에서 유로존에 반대하는 정당인 트루핀스(True Finns)가 높은 지지율을 얻은 점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게다가 핀란드는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시 담보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여차하면 이를 이유로 유로존을 이탈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마켓워치의 린 칼럼니스트는 "핀란드의 이탈은 유로존이 해체되거나 규제가 더욱 엄격해진 소규모의 유로존으로 재편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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