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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과거보다 미래에 투자해야

이용웅 <경제부장>

참여정부의 전반기는 국민들에게 어떤 인상을 남겼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국민들은 참여정부가 가장 싫어 했던 것들이 오히려 더 극성을 부린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부동산 투기를 통해서는 단 한 푼의 이익도 남기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호언과는 달리 서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을 외치면서 국토 균형발전을 그렇게 강조했지만 그 이익을 향유하는 계층은 결국 대지주들과 강남의 부유층들이었다. 오죽하면 강남에서 제2의 노사모가 결성됐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리겠는가. 과거사 집착에 국민 피로감 참여정부가 그토록 열을 올리면서 국정운영의 핵심과제로 삼고 있는 양극화 문제만 해도 시간이 흐를수록 그 병세가 짙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을 중심으로 참여정부의 리더들은 뭐니뭐니해도 과거사 문제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다. 멀게는 구한말에서 시작해 가까이는 국민의 정부 시절의 도청파문에 이르기까지. 참여정부가 지난 2년 반 동안 정력적으로 펼쳐놓은 과거사 문제는 국민들에게 극도의 피로감을 유발시키고 있지만 언제나 가장 강력한 정국 변수로 그 위상을 확실히 해가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참여정부가 과거사에 그토록 집착하는 것은 무엇보다 명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과거사에 대한 정리 없이 국민소득만 올라가면 뭐 하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도 있다. 정의를 바로 세워야 경제도 바로 선다는 이야기인지, 실용보다는 명분이 우선이라는 가치관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과거사 문제는 참여정부의 최대 화두이다. 과거사 캐기가 유행 때문인지는 몰라도 교육방송이라는 EBS에서는 도올 김용옥이 나와 김일성의 항일투쟁 역사에 열변을 토하면서 민족사를 바로 세우려면 진실은 진실대로 밝혀야 함을 역설하는 게 저간의 사정이다. 김일성의 젊은 시절 몇 년이 반세기에 걸친 그의 통치이력을 감싸줄 수 있다는 이야기인지는 몰라도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이쯤해서 요즘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왜곡의 한 단면을 보면 역사라는 게 어디까지나 오늘의 잣대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와 대적했던 송나라에 악비라는 장군이 있었다. 요즘 대단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묘사되고 있는 이순신 장군과 비슷한 운명을 겪은 사람이다. 송나라 유일의 희망이었던 악비는 금나라의 남진을 막으며 꺼져가는 송나라의 명운을 지키고 있었으나 간신 진회의 모함에 걸려 참형된 불운의 장군이다. 관리들이 그의 목을 치려고 옷을 모두 벗기자 등에 ‘진충보국(盡忠報國)’이라는 글자가 문신이 돼 있어 모두가 통곡을 했다는 슬픈 사연도 전해져온다. 그런데 지금 소수민족을 포함한 신중화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악비를 민족통일을 가로막은 분열주의자로, 진회는 시대를 앞서가는 만고의 선각자로 추앙하는 역사 재평가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때문에 수천년 동안 이민족의 침략에 저항했던 만고의 충신들이 모두 역적 모리배로 둔갑하고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들이 중국 통일을 앞당긴 선구자로 묘사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治道의 큰길은 현재와 미래 이처럼 과거사는 현재의 권력가들에게는 놀잇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충신이 언제든지 역적으로 둔갑하고 역적이 충신이 자리를 엿보는 것도 그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후대의 권력 구도가 변한 탓이 크다. 권력을 쥔 사람들이 자꾸 사초(史草)를 꾸리는 작업에 매달려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신이 권력자의 위치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과거사’을 움켜쥔 손을 놓고 현재와 미래를 구상하는 일에 더 신경을 쓰는 게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는 ‘치도의 큰 길’인 것 같아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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