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가장 낙후된 곳으로 꼽히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일대가 패션ㆍ문화 중심지로 거듭난다. 특히 도심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미공병단과 국립의료원 부지는 대규모 복합단지 개발이 추진된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주변 지구단위계획 구역 및 계획 결정(안)'을 지난 19일부터 열람공고 중이다.
시는 14일간의 열람공고를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한 후 교통ㆍ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이르면 올해 말 구체적인 개발 청사진을 담은 지구단위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땅값만 1조원대…공병단ㆍ국립의료원 부지 개발=이번에 지구단위계획구역안이 마련된 곳은 중구 광희동과 신당동 일대 66만9,000㎡다. 당초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미공병단과 국립의료원 부지를 비롯해 경찰기동대 및 한양공고 등 대규모 이전적지 개발을 통해 쇠락한 동대문 일대를 패션디자인특정개발진흥지구로 육성하기 위해 주민공청회까지 마쳤던 곳이다.
하지만 부동산경기 침체로 사업 추진동력을 상실한데다 경찰기동대와 한양공고 이전이 무산되면서 사업이 진척되지 못했다. 여기에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시가 대규모 철거형에서 소규모 수복형으로 정비사업 방향을 전환하면서 계획 수정이 이뤄졌다.
이번 계획안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은 2013년 기준 공시지가만 4,273억원인 공병단 부지(4만2,096㎡)와 4,053억원의 국립의료원 부지(2만7,573㎡)다. 시는 이 지역에 대해서는 철거형 개발 방식을 적용해 주거ㆍ상업ㆍ업무ㆍ문화ㆍ의료 기능 등의 복합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 일대는 서울 도심에서 몇 남지 않은 대규모 개발 가용부여서 개발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업계는 이들 부지의 실제 시가가 각각 1조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광희동1가 150-5 일대 3만7,000㎡ 역시 주민제안형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철거형 재개발이 추진된다. 다만 이들 세 곳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지구단위계획에 맞는 소단위 수복형 개발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다.
◇문제는 높이제한…형평성 고려한 보완책 시급=문제는 높이제한이다. 서울시가 최근 마련한 '역사도심관리 기본계획' 가이드라인상의 높이규제로 최고 높이가 90m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시는 이에 따라 장충단로에 인접한 구역과 특별계획구역만 90m까지 허용하되 나머지 지역은 최고 70m로 높이로 규제하기로 했다. 도로에 접하지 않은 이면부의 경우 50m까지 높이가 낮아진다.
이 때문에 광희동 일대 주민들은 이면부의 높이를 최고 65m까지는 높여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고 신당동 일대의 주민들은 아예 지구단위구역에서 제척해달라는 뜻을 시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기부채납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용적률을 높여주는 방안이 지구단위계획에 포함돼 있고 사선제한도 없애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역사문화 정체성 확보라는 명분은 좋지만 높이제한이 없는 다른 일반상업지역과의 역차별을 없애기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높이가 낮아지게 되면 설계 문제 탓에 주어진 용적률마저 제대로 활용하기 힘들다"며 "용적률 이양제도 등을 도입해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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