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충격에 빠졌다.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느닷없이 붙잡혀 갈 때보다 더 큰 쇼크였다. 김석동 전 위원장은 사석에서 "내 몸의 반쪽이 떨어져 나갔다"고 했고 금융위 선후배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을 때도 금융위는 믿지 못했다. '준비된 장관'이라는 평가를 받은데다 인격적으로도 워낙 신망이 두터웠기 때문이다.
그런 김 전 원장이 31일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다. 명예는 회복됐지만 검찰의 무리수에 개인뿐 아니라 관료사회에 남은 생채기도 너무나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들의 보신주의를 뜻하는 '변양호 신드롬'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이날 뇌물수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원장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뇌물공여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고 이 사건의 공소사실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변 전 재경부 국장에 이어 두번째 희생양이 나온 셈이다. 변 전 국장도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됐다가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김 전 원장은 "나같이 억울한 공직자가 더 이상 안 나왔으면 좋겠다"며 "인생공부를 크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생공부'치고는 대가가 컸다. 보장된 장관 자리를 놓치고 완전히 다른 길을 가야 한다는 개인적 아쉬움 때문만은 아니다.
그 일로 파생된 사회적 손실이 너무 크다. 무엇보다 관료들의 보신주의 문화가 너무 심해지고 있다. 괜히 책임질 일을 했다가 인생을 그르친다는 교훈 아닌 교훈이 관료사회에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다. 저축은행이나 카드 분야 등에서는 규제강화만 줄기차게 이뤄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장은 "검찰이 젊은 관료들의 가슴을 너무 아프게 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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