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발표 이후 사실상 해체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안전행정부는 안전과 인사 기능만 떼어내 행정자치부로 남게 됐다.
청와대는 27일 안행부에서 안전과 인사·조직 기능을 분리해 지방행정자치 기능만 남기려고 했던 당초 방침을 바꿔 조직 기능을 존치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인사와 조직 기능까지 떼어낼 경우 부보다는 처로 격하될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날 발표로 일단 장관을 수장으로 두는 부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안행부 내에서 인사는 공무원의 채용과 배치 등의 기능을, 조직은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조직 신설·관리와 직제·정원 관리 등을 의미한다.
이로써 안행부는 참여정부 시절의 행정자치부로 돌아가게 됐다. 행자부는 지난 1998년 국민의 정부 시절 지방자치단체의 조정 기능을 수행하던 '내무부'와 중앙인사기관의 기능을 맡아오던 '총무처'를 통합해 발족됐다. 이후 참여정부 들어 중앙인사 기능을 중앙인사위원회로 넘겨주면서 조직 기능과 행정자치 기능을 행자부가 전담했다. 즉, 이번의 청와대 발표는 이때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이후 행자부는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작고 유능한 실용정부' 가치 아래 안전 기능이 통합됐다. 그리고 '행정안전부'로 새 출발을 알렸지만 5년 만에 다시 조직이 개편되는 운명을 맞았다.
안행부의 시작은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맥을 같이한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학교폭력·성폭력·가정폭력·불량식품 등 이른바 '4대 사회악 척결'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안전을 강조했다. 당선 이후 이 같은 기조는 정부조직 개편에도 그대로 반영돼 '행정안전부'가 '안전행정부'로 개편됐다.
하지만 안행부는 '안전'에 무능력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안행부의 대응은 한 마디로 처참한 수준이었다. 곳곳에서 안행부에 대한 비판의 화살을 쏘아댔다. 이에 대통령은 "국민안전을 최종 책임져야 할 안행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면서 "안행부의 핵심 기능인 안전과 인사·조직 기능을 안행부에서 분리해 안전업무는 국가안전처로 넘겨 통합하고 인사·조직 기능도 신설되는 총리 소속의 행정혁신처로 이관해 안행부는 행정자치업무에만 전념하도록 하겠다"며 칼날을 꺼내 들었다.
이후 조직 내외에서 "사실상 안행부 해체" 등 무성한 말들이 오갔지만 결국 안전과 인사만을 내주고 조직·행정자치의 업무는 유지하게 됐다. 이에 따라 안행부는 앞으로 정부 부처와 지자체 간 원활한 업무추진을 비롯해 현 정부가 공유와 개방을 목표로 적극 추진하는 정부 3.0 과제, 그리고 행사와 의전 기능 들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날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조직개편 방침 변경에 대해 "정부 3.0과 조직을 안행부에 남기는 게, 특히 정부 3.0은 지자체에도 상당히 중요한 것이어서 안행부가 주도적으로 이끄는 게 맞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안행부 관계자들은 대체로 "다행"이라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한 안행부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며 "예상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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