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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주민들 대피소의 하룻밤 “악몽 같았다”

24일 오후 인천시 중구 항동 해경부두에 도착한 연평도 주민들은 어둡고 음습한 대피소 안에서 추위와 공포에 떨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며 “악몽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연로하거나 몸이 약한 노인들은 온기 하나 없는 곳에서 깔개와 모포에 의지하며 견디기 어려운 밤을 보내야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날 해경 함정에서 내린 동부리 주민 김성순(71ㆍ여)씨는 “어젯밤 한숨도 자지 못했다. 항암치료를 받아서 몸도 성치 않은데 춥고 연기에 목이 아파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대피소는 포탄이 떨어질 때마다 천장이 흔들릴 정도로 울렸고 오래돼 눅눅한 냄새와 화약냄새가 겹쳐 제대로 숨 쉬기조차 어려웠다. 김미향(41ㆍ여)씨도 “80명 수용 규모의 대피소에 100여명이 오밀조밀 붙어서 무척 좁았다. 호흡이 힘들 정도로 공기가 메케하고 탁해 머리가 아프고 견디기 어려웠다. 누웠다 일어났다 하면서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고 악몽 같은 기억을 떠올렸다. 문옥자(74ㆍ여)씨는 치매를 앓고 있는 외할머니(94)가 대피소 밖으로 나갈까 봐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고 전했다. 추위와 답답함보다 주민들을 괴롭혔던 것은 현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포격의 공포를 생생하게 경험한 주민들은 저마다 ‘이런 일은 6.25 이후 처음이다’ ‘앞으로 여기서 더는 못 살겠다’는 얘기를 나눴다. 조순애(54ㆍ여)씨는 “2차 포격 때 대피소에 들어가 있는데 포격 소리 들릴 때마다 공간이 떨릴 정도로 울렸다. 그때마다 두려움에 몸에서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고 당시 공포감을 더듬었다. 면사무소에서 뜨거운 물과 컵라면을 가져다 줬지만 대다수 주민은 음식을 목에 넘길 경황이 없었다. 유선비(73ㆍ여)씨는 “포탄은 쾅쾅 울리지 대피소는 어둡고 침침하지, 라면을 줬지만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식사를 하나”고 타박했다. 일부 주민은 대피소가 튼튼하지 못하고 관리도 소홀하다고 성토했다. 김의동(60)씨는 “방공호로 대피했는데 포탄 파편 정도나 막아주는 정도로 보였다”며 “만약 근처에 포탄이 맞기라도 했다면 무너져서 안에 있던 사람들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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