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문제는 당분간 원화 강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2일 6년 만에 1,010원선을 뚫고 내려온 원·달러 환율은 3일에도 1,008원50전으로 저점을 70전 더 끌어내렸다. 수출기업들의 채산성·가동률이 동반 하락하고 국내총생산(GDP)의 57%를 차지하는 수출마저 주저앉으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내수가 시원찮은 마당에 경제의 버팀목이 돼온 수출마저 무너지면 성장도, 일자리도, 내수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음에도 정부와 한국은행의 대응은 의외로 소극적이다.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금리와 환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핫머니 등 해외 자금이 원화가치 절상 압력을 키우고 있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러니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을 해도 약발이 안 듣는 게 당연하다.
외환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금융기관의 비예금성 외화부채에 대한 외환건전성 부담금 부과 등 '거시건전성 3종 세트'가 이미 마련돼 있지 않은가. 3종 세트의 수위를 높여 해외발 유동성 유입을 조정할 때가 왔다. 외환보유액도 사상 최고 수준이라니 민간 분야와 협력해 해외 투자를 적극 늘리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13개월째 동결한 기준금리 인하를 포함해 환율 급등락에 따른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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