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투자금 회수를 위해 가격을 최대한 높여 받겠다는 것은 어느 상거래에서나 나올 만한 얘기다. 하지만 채권단에서 내세운 경영권 프리미엄이 주가 대비 220%에 이르니 자칫 기업의 성장기반까지 훼손할 우려가 높다는 얘기가 시장에서 들리게 마련이다. 업계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통상 시가의 30~50% 수준에서 결정된다며 회계법인에서 산정한 적정가치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한다. 대주주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산업은행이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으니 갖가지 억측을 낳을 뿐이다. 더 큰 문제는 매각이 늦어지면 기업가치 하락을 초래해 오히려 채권단에 기회손실을 안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과거 가격 문제로 매각이 무산됐던 대우조선해양의 몸값이 7년 사이 10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들고 여태껏 구조조정 한파에 휩싸여 있는 게 단적인 예다.
기업 구조조정은 가급적 신속하게 추진해야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는 법이다. 금호산업은 이번에 매각이 무산되면 새 주인을 찾느라 최소한 6개월간 허송세월해야 할 지경이다. 그러잖아도 금호산업은 매각 논란에 휘말려 신사업 추진은커녕 정상적인 경영활동마저 어려운 위기상황이다. 이런 기회비용 등을 감안하면 매각금액이 다소 낮더라도 제때 진정한 주인을 찾아주는 게 오히려 합리적인 결정일 수 있다. 박 회장은 성공적인 워크아웃을 통해 우선매수권을 부여받은 만큼 실패한 기업인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것도 바람직하다. 소중한 기업을 키워내겠다는 금호산업 채권단의 통 큰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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