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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으로 자처한 위기, 지혜로 극복한 토끼는 서민의 자화상"

설성경 교수, 3일 영등포평생학습관서 '별주부전' 강의


“인도의 불교설화를 근원으로 한 별주부전은 삼국유사의 ‘귀토지설(龜兎之說)’ 이후 신재효에 의해 판소리 ‘토별가(兎鼈歌)’로 개작되었으며 그 뒤에 윤동주의 시 ‘간’의 모티브가 된 작품으로 문학적인 내력이 깊은 우리의 대표 고전이다.”

설성경 연세대 명예교수(사진)는 지난 3일 오후 7시 서울시교육청 영등포평생학습관에서 열린 ‘한국고전의 비밀스런 탐독’ 세번째 강의에서 ‘우화로 엮는 민중의 정치의식-별주부전’을 주제로 두시간의 강의를 펼쳐나갔다.

별주부전은 토끼전, 수궁가, 토별가, 토의 간 등 다양한 이름으로 판소리ㆍ소설ㆍ시 등 여러 문학 장르로 진화 발전된 작품이다. 설 교수는 이날 별주부전은 재치꾼 토끼의 용궁 모험담이라는 단편적인 스토리가 아니라면서 강의를 풀어나갔다.

“용왕을 중심으로 하는 수궁세계는 정치 지배의 관료층을, 토끼를 중심으로 하는 육지세계는 서민 피지배계층을 반영한다. 주색에 빠져 병들어서 어리석게도 토끼에게 속아 넘어가는 용왕, 어전에서 싸움만 일삼는 수궁 대신들은 당시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 사회의 인물들을 투영한 것이다. 이와 달리 일시적으로 호강의 유혹에 넘어가 위기에 처했던 토끼는 서민의 자화상이다. 하지만 허황된 욕심에 대한 경계를 주제로 삼고 있으면서 당대 조선사회에 대한 풍자와 인간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식이 담겨있다.”

그의 강의는 별주부전이 어떻게 윤동주의 시 ‘간’의 소재로 발전했는지에 대해 이어나갔다.



“윤동주의 ‘간’에 동원된 토끼전과 그리스 신화 프로메테우스는 상이한 사상과 문화적으로 배경이 다르지만 토끼전의 사회적 비판과 풍자적 의미 그리고 세계적인 소재인 ‘프로메테우스’를 융합해 제 3의 창조적인 이미지를 형상했다.”

이날 강의에 참석한 수강생들은 별주부전의 문학적 내력과 다양한 장르로의 발전과정을 통해 우리 고전의 깊이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특히 수강생들은 이번 강의를 통해 꾀많은 토끼보다 느리지만 차근히 한걸음씩 나아가 끝내 이긴다는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와는 차원이 다른 작품으로 별주부전은 지금도 사회적 문제작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새로운 우리 고전의 해석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고전 인문학 강좌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이번 강좌에서 ‘별주부전’에 이어 ‘사대부의 꿈과 욕망, 구운몽(12월10일)’을 주제로 강의를 마무리해 나갈 예정이다. 한편 오는 17일에는 한국고전 강좌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판소리를 함께 배울 수 있는 강의를 채수정 판소리연구소장이 맡아 진행할 예정이다.

22개 서울시교육청 도서관에서 열리는 이번 고인돌 강좌는 한국고전을 깊이있게 소개하는 ‘한국고전의 비밀스런 탐독’ 외에도 한국건축, 고지도, 철학, 서양고전 등을 주제로 한 풍성한 인문학 강좌가 내년 2월까지 계속된다. 강의신청은 무료이며,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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