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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의 외교라인 핵심인사들이 동시에 러시아를 방문해 미국ㆍ중국ㆍ일본 등 6자 회담 대표들과 북한 핵 문제,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협의했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지난 2일 러시아가 주최한 ‘제4차 고위급 안보회의’에 우리 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뒤 3일 귀국했다. 북한의 핵 협상을 총괄하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2일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3일 러시아를 찾았다.
이처럼 남과 북의 핵심인사가 주요국을 대상으로 북한 핵 문제, 한반도 안정 등의 이슈에 대해 논의한 만큼 향후 6자 회담 재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5월과 6월 각각 미국과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으로부터 6자 회담에 대한 지지와 협조를 이끌어냈다. 궁지에 몰린 북한도 북미 양자회담을 고집했던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6자 회담에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6자 회담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주 수석이 참석한 고위급 안보회의에서는 미국과 중국ㆍ일본ㆍ프랑스 등 세계 주요 50여개국의 장관급 인사들이 모여 자금세탁 방지, 물류안보, 과학기술의 발전과 국제 안보 등을 논의했다. 주 수석은 이번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취임 후 미국과 중국을 잇따라 방문해 정상 간에 논의한 북핵 관련 의제 및 결과를 참가국에 전달하며 한반도 문제에 있어 국제사회의 공조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주 수석은 특히 니콜라이 파트루쉐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와의 만찬회담을 비롯해 재닛 나폴리타노 미국 국토안보부장관, 멍젠주(孟建柱) 중국 정법위원회 서기, 이마이 일본 대테러 담당 대사 등 주요국 수석대표와 잇따라 양자협의를 갖고 양자 현안과 한반도 정세, 동북아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주 수석은 또 고위급 회의 세션발언을 통해 우리나라의 자금세탁 방지와 테러 확산 자금 차단을 위한 정책과 활동을 소개하고 테러ㆍ자금세탁ㆍ핵안전 등의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동북아 차원의 협력 강화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4일까지 열리는 이번 회의는 9월 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의제 등을 포괄적으로 사전 조율하는 성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갑자기 없었던 회의가 생긴 것이 아니고 정례적으로 개최돼온 회의에 참석한 것이며 외교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참석하면 좋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2일 중국 베이징을 들른 뒤 3일 러시아에 도착했다. 김 제1부상은 베이징에서 한중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내용을 전달 받았고 러시아 측과는 북ㆍ러 관계 강화, 6자 회담 재개 문제 등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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