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책으로 달러 가치가 앞으로 5~10년간 떨어질 것”이라며 “특히 달러에 대한 구매력 하락은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버핏 회장은 “주택시장이 정상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으나 “소비회복은 아직도 멀었다”며 성급한 경기낙관론을 경계했다. 버핏 회장은 2일(현지시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퀘스트센터에서 열린 정기주총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부양책과 경제정책에 대해 “옳은 일을 하고 있지만 무임승차는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버핏 회장은 이날 주주와의 대화로 5시간가량 진행된 주총에서 “주요 각국이 경기부양책을 펴고 있기 때문에 환율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달러 가치는 심하게 훼손될 것이며 이로 인해 높은 인플레이션의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시대에 대비해 수익을 많은 내는 가치주에 투자할 것을 권고했다. 버핏 회장은 이날 최근 몇 년과 달리 한국 투자와 관련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그는 오는 7일 발표될 예정인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와 관련해 “(해서웨이가 투자한) 웰스파고는 많은 자본을 보유한 ‘굉장한(fabulous)’ 회사”라며 “할 수만 있다면 주식 모두를 사들이고 싶다”고 밝혀 테스트 결과가 주목된다. 버핏 회장은 미국 주택시장 전망과 관련해 “최근 몇 달간 중저가 주택의 거래가 되살아나고 있다”면서 “안정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주택 재고가 소진되는 데 몇 년이 소요될 것이며 고가주택이 많은 플로리다주의 회복은 멀었다”고 내다봤다. 그는 미약한 회복신호를 보이는 미 경제에 대해 “미국 소비자들이 저축을 많이 하면서 당분간 소매업이 좋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소매와 제조ㆍ서비스 산업이 신속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후계자 구도와 관련, “이사회의 중요한 과제는 승계작업”이라며 “외부에서 찾을 이유가 없다”고 밝혀 후보군이 4명에서 3명으로 줄어들었음을 시사했다. 해서웨이 이사회는 최소 1명 이상의 외부인물을 포함한 4명의 후보 리스트를 가지고 있지만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주들은 실적과 주가 하락에 실망했을지도 모르지만 버핏이 어떻게 했는지를 우려하기보다는 그가 없을 때 회사가 어떻게 할지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3월 피치사는 해서웨이의 최고 신용등급을 강등한 이유 중 하나로 그의 고령(78세)을 꼽았다. 한편 버크셔해서웨이는 1ㆍ4분기 영업이익이 17억달러를 기록해 지난해의 19억달러보다 10.5%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 버핏 회장이 가치투자의 척도로 삼고 있는 주당 순자산가치도 전년보다 6%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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