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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여파 소액소송 크게 늘었다

10월말 72만여건… 작년 동기比 무려 10만여건이나<br>소송당사자 대부분 서민…100만원미만도 수두룩<br>형편 어렵자 변호사 선임않는 '나홀로 소송'도 많아

경기불황 장기화로 개인간 소액 민사소송이 크게 늘면서 법정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일보DB

분식점을 운영하던 A씨는 지난 6월 식재료를 공급해 온 B씨로부터 갑작스러운 소송을 당했다. A씨가 1,000만원의 물품 대금 중 400만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600만원을 지급하지 않자 B씨가 곧바로 소송을 낸 것이다. 법정에서 A씨는 “자금형편이 좋지 않고, B씨의 식재료에 문제가 많아 피해를 봤다”며 항변했고, B씨는 “A씨가 재산을 숨겨놓고도 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며 맞섰다. 하지만 재판결과 양측 모두 경기불황으로 형편이 어려워 다급한 마음에 법원에 호소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법원은 A씨와 B씨를 설득해 조정으로 사건을 마무리했지만, 수년간 쌓여온 둘 간의 신뢰는 회복 불능이 돼 버렸다. 경기불황으로 서민들이 ‘소액’을 놓고 다투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소액사건은 소송가액이 2,000만원 미만이지만, 100만원 미만의 사건들도 수두룩 하다. 과거 같으면 서로의 처지를 이해해 너그럽게 조금 기다릴 수 있었는데, 지금은 각자의 형편이 워낙 각박하다 보니 극단적인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10일 대법원에 따르면, 올 10월말 현재 전국 법원에 접수된 소액사건은 72만1,843건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64만6,441건)에 비해 무려 10만여건이나 더 늘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 연말까지 소액사건은 100만건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액사건은 2006년 한해 96만7,588건을 기록하던 것이, 지난 해 90만1,488건으로 다소 주춤했다. 하지만 최근의 경기한파 영향 등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소액사건 접수 건수를 경제난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대부분 서민들”이라며 “따라서 소액사건을 놓고 법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워진 경제상황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소액사건 전문 의 한 변호사는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송보다는 말로 해결하자는 성격이 강하다”며 “그러나 경기가 어려워 각박함이 더해지면서 작은 금액이라도 소송하고 보자는 불안 심리가 더욱 생겨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소액임에도 불구하고 형편이 어려워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나홀로 소송에 나서는 서민들도 급증하고 있다. 한 로펌 관계자는 “소액의 경우 변호사를 수임할 경우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며 “그래서인지 인터넷이나 주위 조언 등을 통해 법률 용어를 익혀가며 ‘나홀로 소송’을 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지방 법원의 경우 소액사건의 변호사 선임 비율은 20%대에 불과하고, 금융기관 등이 변호사를 선임해 일괄 처리한 소액사건을 제외하면 5%대로 급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변호사 선임비가 없어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파산 및 개인회생 법률구조를 받은 사례도 2005년에 비해 3배 가까이 급증하는 등 법정의 모습에서는 이미 서민들의 체감경기가 바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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