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만 7번을 지낸 쉴레이만 데미렐 전 터키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심장마비와 호흡기 감염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그는 중도우파 아드난 멘데레스 대통령이 지난 1960년 쿠데타로 처형되면서 생긴 공백을 타고 농촌 지역의 보수 표심을 공략해 1965년 총선 승리로 총리직에 올랐다. 그는 1960년대 중반 매년 6%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터키 시골 지역까지 도로를 깔고 전기를 공급하며 터키의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좌파의 개혁 요구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며 정국 혼란에 대응하지 못하다가 1971년 군부 쿠데타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터키가 내부적 이념 갈등과 석유 파동으로 휘청거리는 가운데 1975년 다시 총리가 됐지만 1980년 또다시 군부 쿠데타에 밀려났다.
1980년대 말 정치활동 금지에서 풀려난 그는 1991년 총선 승리로 또다시 총리직에 올랐다. 1993년 투르구트 외잘 대통령이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한 뒤에는 2000년까지 대통령을 지냈다. 데미렐 전 대통령은 농업국가였던 터키를 산업국가로 변모시켜 생활 수준 향상을 이끌었다고 자평해왔지만 그가 원칙보다 힘을 앞세우고 뇌물 관행이 뿌리내리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도 있다. 부인 나즈미예는 2013년 사망했다. 부부 사이에 자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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