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일 새로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남쪽으로 최대 326㎞ 확장한 것은 중국이 이어도 상공을 자국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킨다고 발표한 지 보름 만에 나온 것이다.
62년 만의 KADIZ 확대로 주권 수호 의지를 분명히 천명하면서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비행정보구역(FIR)'에 새 KADIZ를 맞춰 중국 및 일본과 마찰 가능성은 최소화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속전속결로 방공구역을 대폭 확대하면서 새 KADIZ를 제대로 감시하며 대응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가 이날 선포한 새로운 KADIZ는 남쪽 부분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설정한 FIR와 일치시켜 마라도와 거제도 남단 홍도, 우리의 관할수역인 이어도까지 포함했다.
이에 따라 새 KADIZ가 일본의 방공식별구역(JADIZ)에 들어 있는 마라도와 홍도 일부 상공을 포함해 중국이 지난달 25일 선포한 이어도 상공을 포함한 방공식별구역과도 겹치게 됐다.
새로운 KADIZ 선포로 우리 영공에 대한 수호 의지를 분명히 하는 한편 해양자원의 보고인 이어도 수역에 대한 관할의지도 국내외에 강조했다.
정부는 한중일 간 방공식별구역 중첩에 따른 충돌 가능성은 국제규범과 외교적 노력을 통해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새 KADIZ와 일치시켰다고 강조한 FIR는 민간 항공기의 비행공역을 구분한 선으로 국가별로 중첩되지 않는다. 또 모든 국가가 자국 FIR로 들어온 민간 항공기에 운항정보를 제공하고 사고 때는 수색 및 구조 활동을 하게 돼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국제 항공질서와 국제규범에 들어맞는 조정" 이라며 "KADIZ와 FIR를 일치시키면 민항기와 군용기의 효율적 식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신 KADIZ의 발표 일정을 일부 연기하며 미국·중국·일본 등에 충분히 설명했다고 강조하면서 이들 주변국도 '과도한 조치가 아니다'라 는데 공감대를 피력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 접견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KADIZ 확대에 사실상 동의했으며 일본 역시 미국의 이 같은 입장에 반발 기류가 형성되고 있지는 않다. 중국도 최근 우리 측에 '대화와 소통'을 강조하며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한 바 있다. KADIZ 확대로 이어도 상공 등 한중일 3국의 방공구역이 중첩돼 앞으로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지만 당장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하지만 62년 만에 정부가 KADIZ를 조정한 것이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보름 만에 여론에 떠밀려 이뤄진 측면이 적지 않아 대폭 확대된 방공구역을 제대로 관리·운영할지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KADIZ 확대에 따라 이 구역에 불시에 들어온 항공기를 감시·식별하는 군사능력과 원거리 투사 전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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