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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만에 두번째 치료감호소… 경남 부곡에 들어선다

성도착증 등 정신장애 범죄 느는데 치료 시설은 공주감호소 한곳뿐

님비현상 없이 7개월만에 주민합의… 황교안 장관 지역주민에 감사 서한


정신적인 문제를 겪는 범죄자들을 수용·치료하는 치료감호시설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경남 부곡면에 들어선다. 1987년 공주치료감호소가 문을 연 지 28년 만이다.

특히 범죄자 관련 시설 설치는 지역의 님비(NIMBY·위험기피시설 건설 반대) 의 벽에 가로막혀 표류하고 무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함에도 불구하고 부곡의 경우 사업 추진 7개월만에 합의를 이뤄 님비현상을 슬기롭게 극복한 모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지난달 17일 경남 창녕군 부곡면과 국립부곡병원에 사법병동을 설치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12일 밝혔다. 부곡 사법병동은 이번 달부터 설치 공사를 시작해 오는 8월 개설할 예정이다.

치료감호는 정신질환, 약물중독, 성도착증 등을 겪는 범죄자를 수용해 치료하는 것으로 정신장애 범죄가 증가하면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치료감호시설은 공주감호소 하나뿐이라 어려움이 많았다.

공주치료감호소는 현재 수용인원 1,220명으로 정원 900명을 훌쩍 넘었다.



물론 이번에 설치되는 사법병동은 법무부가 직접 운영하는 치료감호소와 달리 기존에 운영되는 국립정신병원에 치료감호 업무를 일부 위탁하는 방식이어서 수용 인원이 50명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법무부는 기존 감호소가 워낙 포화 상태였기 때문에 수용자를 일부 분담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곡 사례는 치료감호시설 추가설치라는 결과물 뿐만 아니라 결과를 이끌어내기까지의 '과정'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보통 범죄자 관련 시설은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설치, 이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부산구치소의 경우 2004년부터 이전을 추진했으나 구민의 반대로 사실상 이전이 무산됐고 안양교도소 이전 사업은 1999년부터 15년 넘게 표류하다 지난달에서야 겨우 타협을 봤다.

부곡면 주민들도 초기엔 사법병동 설치 반대추진위원회를 꾸려 반대운동을 하기도 했지만 법무부와의 여러 차례 대화를 통해 7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시설을 수용키로 결정했다. 성낙우 부곡면 이장은 "치료시설이 결국 죄수들을 수용하는 거라 온천으로 유명한 청정지역 이미지를 망칠까 걱정이 많았다"면서도 "나라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인데 덮어놓고 반대만 할 수는 없다는 데 주민들의 생각이 모아 져 수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정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요즘 님비현상이 만연함에도 부곡 지역주민들이 치료감호시설 설치에 적극 협조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서한을 보냈을 정도다.

법무부는 그동안 17차례나 부곡면을 방문해 기존 국립정신병원의 병동과 사법병동은 엄격히 분리 운영하겠다는 등 안전을 강조하고 설명회가 끝나면 허심탄회하게 술잔도 기울이면서 이해의 폭을 좁혀나갔다. 여기에 면에 범죄예방환경개선(CPTED) 사업을 실시키로 하는 등 지역발전 방안도 제시해 주민들의 마음을 돌려세웠다. 이번 부곡면 사례는 위험 기피 시설 유치를 무작정 반대하는 지역 주민과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정부 부처 모두에게 참고할 만한 모범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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