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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출간 책 10권중 4권 "품절"

교보문고 조사 결과

교보문고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전체 서적 130만종 중 42%에 달하는 54만종이 품절됐으며 이중 절판된 도서는 17만종(1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출판사들이‘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 인쇄가 가능한 오프셋 인쇄방식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경제 자료사진

대학원생 김상민씨(가명)는 최근 교재로 필요한 단행본을 구입하기 위해 온라인 서점을 검색했다. 하지만 몇 군데 사이트를 검색해도 모두 품절이었다. 2005년 출간된 책이 품절이라는 게 믿기지 않아 출판사로 문의를 했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더 이상 인쇄를 하지 않을 계획이라는 답만 돌아왔다. 이 같은 현상은 특정 출판사나 서적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등록 서적 42%인 54만종 구입 못해
수지타산 안맞아 소량 재판인쇄 꺼려
디지털 방식 'POD 인쇄' 일반화 시급
실제로 최근 본지가 교보문고를 통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 출간된 책 10권 중 4권은 구입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문고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전체 서적 130만종 중 54만 종(42%)이 품절이며, 이중 절판된 도서는 17만종(1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점에서 잠시 구입이 불가능 한 경우도 품절이라고는 하지만, 이 중에는 3개월 이상 품절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50만 여종에 가까운 책이 제목만 있을 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국내 대규모 출판사의 절판 도서 역시 교보문고와 비슷한 수준인 약 45% 정도로 조사됐다. 중소규모 출판사, 특히 국내 소설을 주로 출간하는 출판사의 절판 도서 비율은 더 높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이 처럼 목록에만 등록돼있고 실제로는 찾을 수 없는 책이 생기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인쇄방식 때문. 국내 출판사 대부분은 오프셋 방식을 채택하는 데 이는 대량의 도서를 짧은 시간 내에 제작하는 데 효율적이다. 200페이지를 2색으로 오프셋 인쇄를 하면 권당 제작비는 약 3,500원정도가 소요된다. 이럴 경우 경상비까지 포함해서 손익분기점(BEP)를 맞추려면 단행본 기준으로 최소 1,000부는 인쇄해야 한다. 출판사가 소량 판매되는 도서의 재판 인쇄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인쇄 방식은 디지털 인쇄로 알려진 POD(Print On Demand)방식. 수요에 맞춰서 인쇄를 할 수 있는 POD가 일반화 된다면 저렴한 가격에 서적을 제작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같은 방법이 있어도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아직 POD 수요가 많지 않아 인쇄업체들로서는 규모의 경제를 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프셋 인쇄보다 비용을 더 높게 책정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오프셋과 같은 기준으로 계산하면 POD의 권당 제작비는 1만4,000원. POD로 인쇄하기 위해 디지털 파일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출판사로서는 안 팔리는 책은 일찌감치 절판하는 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다. 박영률 대한출판문화협회 상무이사(박영률출판사 대표)는 “저작권(평균 5년)이 아직 살아있는 책 중에도 절판 된 책이 많다”며 “절판은 애써 만든 콘텐츠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출판계는 출판유통진흥기구를 설립해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하려고 하지만 설립이 지연되고 있어 가까운 기간 내에 해결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박이사는 “미국은 이미 POD인쇄가 오프셋 인쇄를 앞질렀지만 한국은 세계 7대 출판국이면서도 아직 POD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이라며 “디지털 시대의 특징인 ‘롱테일 법칙’(다수의 비인기 상품들의 판매량을 합하면, 히트한 소수 상품의 판매량을 추월한다는 개념)에 부합하는 산업이 출판인데 인쇄기술의 낙후로 이 같은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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