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시장에 경매 주의보가 켜졌다. 세 든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전ㆍ월세 보증금을 떼이는 세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로 경매 낙찰가가 떨어지는 반면 전세가는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태인은 올해 법원 경매에서 낙찰된 수도권 소재 주택 9,642건을 조사한 결과 세입자가 있는 물건 5,669건 중 보증금이 전액 배당되지 않은 경우는 78.6%인 4,453건으로 집계됐다고 20일 밝혔다. 경매 주택 세입자 10명 중 8명이 보증금 일부를 모두 변제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주택 유형별로는 다세대 주택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세입자가 존재하는 낙찰물건 2,178건 중 82.6%에 달하는 1,800건에서 임차보증금 미수가 발생했다. 아파트는 보증금을 온전히 받지 못하는 경우가 76.2%였고 단독ㆍ다가구 주택은 74.9%의 비율을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은 지역을 불문하고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증금 전액 배당이 이뤄지지 않은 서울 소재 경매 주택 비율은 ▲2010년 76.3% ▲2011년 74.9% ▲2012년 75.3% ▲2013년 78.4% 등 2011년 이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 역시 같은 기간 ▲73.2% ▲72.7% ▲73% ▲74.9% 순으로 마찬가지 흐름을 보였다.
이처럼 임차보증금 미수 비율이 늘고 있는 것은 수도권 소재 주택 가격이 급락하면서 낙찰가율과 배당금액이 동반 하락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집값이 높을 때는 경매로 넘겨지더라도 보증금까지 배당이 될 것으로 보고 세 들었지만 이후 집값이 하락하면서 선순위 채권을 먼저 변제하고 나면 보증금 전액을 배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이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이제는 60%만 넘어도 보증금을 다 못 돌려받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만으로는 보증금을 지킬 수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채권 총액을 열람해본 뒤 계약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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