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는 듯했던 중국과 미국의 무역보복 악순환 사태가 재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최근 다오위다오(釣魚島) 사태를 둘러싼 중일 간 다툼에서 일본의 손을 들어주고 중국의 또 다른 영토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 개입할 것을 선언하면서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은 안보에서 경제에 이르기까지 자존심을 건 한판 힘겨루기를 벌이는 양상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지난 23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도중 가진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위안화 절상을 강력히 요구한 데 이어 미 하원 세입위원회는 24일 위안화 조작을 이유로 중국산 수입상품에 보복관세를 매길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같은 날 오바마 대통령이 뉴욕에서 아세안 정상들과 회담을 갖고 남중국해에 대한 자유로운 항해 보장 등을 요구하며 해당 지역에 개입할 것을 선언한 직후인 26일 중국 상무부는 미국산 닭고기 제품에 최고 105.4%의 반덩핑 관세를 부과한다고 공표했다. 닭고기 관세 문제는 지난해 미국이 중국산 타이어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이 빼든 카드였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남중국해 개입 선언 직후 나와 다분히 미국에 대한 보복 성격이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미국산 식용 닭고기 제품이 부당하게 싼 가격에 판매돼 자국 산업이 피해를 입었다며 향후 5년 동안 최대 105.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7일부터 덤핑 조사에 협조한 업체들에는 50.3~53.4%, 조사에 응하지 않은 기업에는 105.4%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미국산 닭 제품 수입량이 전년동기 대비 6.54% 증가해 중국의 관련산업이 10억9,000만위안(약 1,88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이는 2008년 전체 손실액에 달하는 수준이다. 미국의 지난해 상반기 대중 수출액은 중국 전체 닭 제품 수입의 89%를 차지했다. 이밖에도 미국은 중국에 만연한 불법복제 관행으로 영화와 음반 소프트웨어의 지적재산권이 침해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바마 미 행정부는 오는 11월 초에 실시되는 미 중간선거 때까지 자국경제 살리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처지고 이에 따라 미국민의 일자리와 수출을 늘릴 수 있는 도구로서 위안화 절상 공세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돼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 국면은 당분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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