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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모집 원서접수 한달 앞… 선배에 듣는 전공 선택 요령

"학과 커리큘럼 살펴보면 진로 보여요"


지난 15일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한 입시설명회에서 대학 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수험생과 학부모가 정시 배치표를 보며 지원할 대학과 학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달 19일에 시작되는 2015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원서접수까지 한 달이 남았다. 대입설명회에 가면 내 점수가 배치표상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갈 수 있는지가 주요 관심사다. 하지만 점수만을 기준으로 학과를 정하면 커리어의 첫 단추가 될 전공을 적성과 관련 없이 정하는 불상사도 생긴다. 차근차근 내 관심이 무엇이고 관심과 맞는 분야는 어디인지 고민하는 수험생들을 위해 선배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를 운영하는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연세대 우주천문학과에 재학 중이던 1990년대 초반 처음 '웹(World Wide Web)'을 만났다. 수많은 사이트가 각자 존재하면서 동시에 연결돼 있는 것을 보고 우주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 흥미를 가졌다. 인터넷이라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몰두한 그는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1998년 친구들이 취업난에 고전할 때 웹 기반의 채용정보 포털을 열었다.

이 대표의 전공은 남들이 '성공'의 척도로 삼던 유망한 과는 아니었다. 이 대표는 학생들에게 점수에 맞춰 대학·전공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점수에 따라 전공을 선택한 사람보다는 흥미와 관심으로 선택하면 자연스레 태도도 달라지고 성취감이라는 보상도 따라온다는 것. 그는 "성공을 꿈꾸지 말고 꿈꾸는 것을 성공시킬 것"을 강조한다.

◇선택 후회없게 정보수집해야=서울대 생명과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이대한(27)씨는 불확실한 부분을 두고 고민하기보다는 확실하게 선택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앞으로 어떤 직종이 유망할지, 어떤 산업이 크게 성장할지는 부모는 물론 미래학자도 알 수 없다는 것. 어릴 때부터 곤충과 자연에 관심이 많았던 이씨는 전공을 선택할 때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배우고 싶은지를 생각했다. 단 선택만큼은 후회 없도록 정보수집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당시 몇 개 대학을 놓고 고민을 했던 그는 원하는 학교, 전공에서 이미 공부를 한 선배의 연락처를 구해 공부와 진로 등에 대해 상담했다. 원하는 대학 설명회에도 가서 입학처 직원에게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기도 했다. 최대한 노력해 선택한 만큼 힘든 박사과정 기간에도 선택에 대해 후회는 없었다고 한다.

◇학과 홈피 적극 이용을=올해 대학에 입학한 한모(19)양은 어릴 적부터 스포츠라면 사족을 못 썼다. 고등학교 때 스포츠 마케팅이라는 분야를 처음 접하고 자신의 길이라는 느낌이 왔다. 반대가 심한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스포츠 마케팅 관련 교수님들을 수소문해 전국의 스포츠 마케팅 교수 30명에게 진로상담 e메일을 보냈다. 답장이 오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무려 10명에게서 답장이 왔다. 진로에 대한 설명 외에도 직접 연구실로 초청한 교수도 있었다. 한양은 "시도를 해보기 전에 겁을 먹을 수 있지만 두드리면 열린다"며 "그때 받은 조언이 고3을 견디고 목표를 향해 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연세대 자유전공학부에서 언론홍보영상학부로 전공을 선택한 고은샘(24)씨는 "대학부터는 내가 찾아서 해야 하는 공부인 만큼 남의 도움보다는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씨는 가고 싶은 대학 학과 홈페이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학과 소개를 비롯해 학과에서 필수로 배워야 하는 과목들 중에 제목만으로 흥미가 생기는 것들을 3∼5개 체크해보고 이 과목의 커리큘럼을 살펴보라는 것. 이름만 보고는 전공에서 어떤 공부를 하는지 알 수 없는데 과목과 커리큘럼을 살피면 어떤 공부를 하는 곳인지 구체적으로 감이 잡힌다는 게 고씨의 설명이다.

◇자신을 알려는 노력 필요=선배들이 흥미와 적성으로 전공을 선택할 것을 강조했지만 아직은 흥미와 적성을 뚜렷하게 알기는 쉽지 않다. 자신의 적성을 찾기 위해 의식적으로 자신을 알려는 노력을 시도하는 것도 좋다. 심리검사와 전문가에게 듣는 진로상담이 답이 될 수 있다. 적성·흥미와 관련된 심리검사를 받고자 한다면 워크넷(work.go.kr)이나 커리어넷(www.careernet.re.kr), 청소년 진로진학상담실(www.myway.or.kr)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대학진학정보센터(univ.kcue.or.kr)에서는 관심 분야에 따른 대학·전공 선택도 상담해주는 코너가 마련돼 있다.

그래도 적성과 흥미를 알기 어렵다면 전반적인 흐름을 따르라는 조언도 있다. 고은 강남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대학을 가봐야 나에게 맞는 전공을 알 수도 있다"며 "답이 나오지 않을 때는 최대한 많은 길을 열어두는 전공을 택해도 된다"고 했다. 단 정말 맞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데도 따라가는 건 금물이다. 고 실장은 20년간 제자들을 봐오면서 적성이 아닌데도 의대에 진학하거나 맞지 않는 학과를 선택한 친구들이 먼 길을 거쳐 힘들게 돌아오는 것을 봐왔기 때문이다. 경영학을 공부하며 창업을 준비하는 전성준(26)씨는 "학부생에게 전공이란 대단한 무언가를 배우는 것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다시 말해 안경을 쓰는 것"이라며 "어떤 공부를 하느냐에 따라 나에게 맞는 안경을 쓰게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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