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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언더파 공동8위. 배상문(27ㆍ캘러웨이)이 18일(이하 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노던트러스트 오픈에서 받아 쥔 성적표다.
배상문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리비에라CC(파71ㆍ7,349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4언더파 67타(최종합계 8언더파 276타)를 적어냈다. 합계 11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한 존 메릭(31ㆍ미국)과는 불과 3타 차.
결과적으로는 전날 5타를 잃어 선두에서 13위로 밀려난 게 못내 아쉽지만 배상문으로서는 얻은 게 많은 대회였다. 시즌 첫 번째이자 지난해 3월19일 트랜지션스 챔피언십 준우승 이후 무려 11개월 만의 '톱10' 입상이다.
2011년 일본 투어 상금왕을 차지하고 퀄리파잉(Q)스쿨을 통해 지난해 미국 PGA 투어에 데뷔한 배상문은 같은 해 2월 액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8강에 오르고 3월엔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기세를 떨쳤다. 하지만 이후에는 7월 AT&T 내셔널 공동 17위가 최고 성적이었을 만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올 들어서도 앞서 출전한 4개 대회 모두 컷을 통과했으나 지난달 휴매너 챌린지의 공동 27위가 가장 높은 순위였다.
이번 대회에서 배상문은 19만8,000달러(약 2억1,480만원)의 적잖은 상금과 함께 자신감이라는 더 큰 수확을 올렸다. 우선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포기한 리비에라CC에서 뛰어난 기량을 뽐낸 점이다. 우즈는 1997년부터 매년 출전했지만 한 차례도 우승하지 못하자 2006년을 끝으로 발길을 끊었다. 첫 출전인 배상문은 그린이 좁고 까다로운 난코스에서 그린 적중률 77.8%의 예리한 아이언 샷을 날렸다. 평균 드라이버 샷 거리도 299.5야드에 달했다. 3라운드 부진에도 더 이상 무너지지 않고 최종일 베스트인 4언더파를 치며 강해진 멘털(심리)도 보여줬다.
배상문은 "시즌 초에 샷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보다 기량이 많이 좋아졌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매치플레이 대회가 열리는 이번주를 쉬고 플로리다주에서 다음달 1일 개막하는 혼다 클래식에 나설 예정이다. 배상문은 비교적 선호하는 미국 동부 지역 코스에서 상승 곡선을 그린다는 각오다.
한편 메릭은 연장전 끝에 찰리 벨잔(미국)을 꺾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18번홀(파4) 첫 연장전을 나란히 파로 비긴 메릭은 10번홀(파4)에서 아이언으로 티샷을 날리는 안전 위주의 플레이로 파를 지켜냈다. 공황발작 증세를 극복하고 지난해 11월 칠드런스 미러클 대회에서 첫 승을 거뒀던 벨잔은 드라이버 샷을 러프로 보낸 뒤 1.5m 파 퍼트를 놓쳤다. 리비에라CC에서 지척인 롱비치에서 나고 자란 메릭은 어린 시절부터 골프선수의 꿈을 키웠던 이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해 갑절의 감격을 누렸다. 우승 상금은 118만8,000달러(약 12억8,8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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