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캠프 인사들은 GH노믹스를 관통하는 두 흐름은 '경제민주화'와 '성장과 복지(분배)의 조화'라고 강조한다. 성장 우선, 대기업 규제완화, 작은 정부를 부르짖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를 자초한 MB(이명박)노믹스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시각교정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박 후보의 경제브레인으로 통하는 안종범 의원은 "GH노믹스의 핵심은 '절제된 자본주의(disciplined capitalism)'로 규정할 수 있다"며 "성장과 분배를 이분법으로 재단하지 않고 성장과 분배를 함께 달성하는 작업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책 1순위, 경제민주화=박 후보의 최우선 경제정책은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경제민주화다. GH노믹스는 성장과 복지를 적절하게 조화시킨 경제민주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자와 빈자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일정 부분 '좌클릭'을 통해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표심을 호소한다는 전략이다.
복지와 공정이 시대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이를 경제정책에 포함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경제민주화와 절제된 자본주의의 핵심은 대기업과 재벌에 대한 규제다.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신규 순환출자를 제한해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로 했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 일감 몰아주기, 과다한 단가인하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3배 이상의 배상을 하도록 할 방침이다. 재벌 해체와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재벌세 신설 등 다소 급진적인 재벌규제에는 반대하지만 신규 순환출자 제한, 대기업의 편법상속 제한 등을 통해 어느 정도의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성장과 복지의 조화=새누리당과 박 캠프는 이번 대선의 승패를 결정하는 단어는 '복지'라고 입을 모은다. 박 캠프의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은 "복지와 경제민주화에 대한 구체적인 플랜과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면서 "성장 일변도의 경제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누차 강조하고 있다. 박 후보가 복지 확대에 대비해 증세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법인세를 인상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고소득층과 부자들에 대해서는 소득세 최고세율(38%) 과표구간을 하향 조정하거나 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쌍두마차로 하는 GH노믹스는 박 후보의 당초 경제노선에서 궤도 이탈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 후보는 2007년 대선 경선 공약인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는 풀고, 법질서를 바로 세운다)'를 줄기차게 부르짖었지만 지금은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스펙트럼이 다소 바뀌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경제민주화를 표방하고 세금을 늘리고 대기업과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결국 법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면서 "성장과 분배는 일란성 쌍둥이처럼 같이 가야 하는 경제가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의 내용과 성격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마찰과 갈등이 커지고 있어 박 후보가 이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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