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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5월 20일] 백화점·홈쇼핑 불공정거래
입력2010-05-19 18:09:36
수정
2010.05.19 18:09:36
백화점에 납품하는 양말공장 사장에게 납품할 만하냐고 물어봤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남아서 하는 게 아니라고 대답했다. 남지도 않는데 무엇 때문에 납품하느냐고 물었다. 백화점 납품업체라는 평가를 받아야 재래시장에서라도 물건이 팔리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납품한다고 했다.
판매 수수료 등 과다한 폭리
비슷한 질문을 TV홈쇼핑사에 납품하는 다른 중소기업 사장에게 물어봤다. 역시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납품했던 10개 업체 가운데 9곳 이상은 반드시 망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망할 것을 알면서 왜 납품하느냐고 물어봤다. 매달 돌아오는 봉급날 현금 만들어 급여 줘야 하고 원자재 대금에 각종 공과금, 은행 대출이자 등등 현금으로 막아야 할 곳이 많은데 현금 수입이 끊어지면 당장 파산에 직면하기 때문에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망할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버틸 만큼 버텨보다가 더 이상 못 버티면 망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TV를 통해 판매하면 상품을 전국적으로 홍보하는 효과가 있어 상품 공신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TV홈쇼핑으로 상품을 판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도 이유로 들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TV홈쇼핑에 납품하면 망한다고 야단이냐고 물어봤다. 판매수수료가 너무 높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판매수수료가 자그마치 40% 이상이고 심지어 60%를 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상품의 지명도가 있고 홈쇼핑 회사에 연줄이라도 있어야 가능하고 자금력 있는 기업이 아니면 받아주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납품하려는 중소기업이 줄을 서 있다고 했다.
TV홈쇼핑은 상품 제조자가 만든 상품을 판매해달라는 위탁을 받아 상품 판매를 대행하는 위탁매매인이다. 상법상 위탁매매인은 위탁인이 지정하는 가격에 따라 상품을 매매하는 것을 영업으로 한다. 상품 제조자가 위탁한 상품을 홈쇼핑업체가 판매 대행한 대가로 받는 수수료가 40~60%라면 이는 엄청난 폭리를 취하는 셈이다. 만원짜리 상품을 판매할 경우 4,000원 내지 6,000원을 판매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는 계산이니 판매수수료가 이렇게 높아서야 어떻게 채산을 맞출 수 있다는 말인가. 제조업자는 나머지 4,000원에서 종업원의 급여와 원자재 대금, 공과금, 은행이자, 보험료 등을 해결해야 한다. 이윤은 애당초 생각해볼 수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수수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추가비용에 비하면 공식화된 수수료는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고 한다. 쇼 호스트와 방청객 출연료, 성우비, 재방송 수수료, 모델료, 사은품비, 포장재 값, 할부이자, 택배비, ARS비용, 스튜디오 장치비, 상품의 반품보증금 등 납품업자에게 떠넘길 수 있는 것은 몽땅 떠넘긴다는 것이다. 소품비조차도 납품업자에게 떠넘긴다. 판매수수료에 추가비용을 합치면 실제로는 70~80%가 넘는다고 했다. 이들 중소기업 사장의 말을 들으면서 내 귀에는 간신히 망하는 줄에 서는 데 성공했다는 뜻으로 들렸다. 요즘 세상은 망하는 것도 연줄이 있어야 되는가 보다.
中企 피해전가 독과점 개선해야
백화점과 홈쇼핑사는 상품을 특정매입하고 수수료는 또박또박 챙기면서 판매하지 못한 상품은 반품하고 재고와 추가비용은 납품업자에게 떠넘기면 그만이다. 납품업자로서는 달리 갈아탈 수 있는 수단이 없어 백화점과 홈쇼핑사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 '줄 서 있다'는 한마디가 이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생기는 것은 백화점과 홈쇼핑사의 독과점에 원인이 있다. 현재 국내 홈쇼핑사는 농수산홈쇼핑을 비롯해 5~6개 사업자가 있으며 그중에서도 상위 3개사가 과점하고 있다. 백화점의 경우에도 지난 2008년도에 상위 3개사의 시장집중도가 80%에 달한다. 이러한 독과점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중소기업은 백화점ㆍ홈쇼핑사의 미끼 신세를 영원히 면하지 못할 것이다. 정부는 홈쇼핑사와 백화점의 독과점을 해소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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