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전관예우 없애 공정사회 실현 앞장"

청년변호사 개업 비용 줄일 방안 마련

조세·공정거래 등 전문분야 교육 지원

부실 로스쿨 퇴출·사시 존치 노력할 것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이 16일 서초구 서울회 집무실에서 구상 중인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욱기자

"전관예우를 타파해 공정사회를 실현하는데 앞장서겠습니다."

재야 법조계에는 변호사 2만명 시대를 맞아 청년변호사 일자리 문제와 오는 2017년으로 예정된 사법시험 폐지 등 굵직굵직한 이슈들이 산적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 26일 제93대 서울지방변호사회 수장 자리에 오른 김한규(45·사법연수원 36기) 회장은 최대 관심사이자 목표로 '공정사회 실현'을 꼽았다. 풀어야 할 난제가 쌓여있는 시점이라 그의 답변은 다소 추상적이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전관예우 타파 등을 공정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며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제시했다.

김 회장은 우선 전관예우를 공정 사회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인식했다. 과거에 비해 전관예우가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법조계에 부적절한 예우가 있다고 보고 임기 동안 반드시 타파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변호사의 변론권 보장 역시 김 회장이 임기 내 가장 관심을 두고 추진하고자 하는 과제 가운데 하나다. 판사가 조정을 강요하는 등 재판 진행 과정에서 부당한 일이 발생하면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김 회장은 부실한 학사관리로 각종 논란과 문제를 일으키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는 법적 대응과 함께 퇴출 운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부실한 로스쿨이 인가를 반납하면 한 해 배출되는 변호사 수가 줄어 변호사 공급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회장이 취임한 이후 서울회는 학칙상 유급 대상인 학생들을 졸업예정자 명단에 포함 시켜 변호사시험에 응시하도록 한 제주대 전 법학전문대학원장과 담당교수, 관련 학생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인가를 반납한 해당 로스쿨의 정원을 일정 부분 사시 정원으로 돌린다면 변호사 과잉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 회장은 "부실한 교육을 통해 법조인이 배출되면 궁극적으로 법률소비자인 국민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며 "부실 교육을 하거나 로스쿨 인가 당시의 장학금 지급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로스쿨에 대해 퇴출을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반 개업변호사에 대한 조세, 공정거래 등 전문분야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 미개척 소송을 발굴하도록 도와줄 계획도 갖고 있다. 특히 일자리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변호사를 위해 개업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법조 시장의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변호사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제는 변호사가 사무실에 머무르지 않고 법률소비자인 국민을 찾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기업 하청업체를 찾아가서 불공정거래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것은 없는지 상담하거나 학교폭력사건이 발생하면 사건현장에 가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변호사의 변리사 자격 자동부여 폐지 추진 등 변호사와 유사직역 간 갈등 이슈에 대해서도 김 회장은 명확한 입장을 나타냈다. 소송대리권은 변호사의 고유 권한이며 특허법원에서 변리사에게 인정하는 소송대리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시존치를 위한 노력도 병행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그는 로스쿨과 대립각을 세우기 위해 사시존치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건 아니었다. 학벌·나이·경제력·성별과 무관하게 누구나 원하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최소한의 통로를 열어두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방안이라는 소신의 발로였다. 일부 사립대 로스쿨의 1년 학비가 수천만원에 달하는 현실 속에서 사시마저 사라지면 경제적인 이유로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꿈을 포기해야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해서다.

김 회장은 사시존치를 위해 국민의 동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와 각종 공청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그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사시 출신 변호사와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함께 경쟁해야 서로 실력도 좋아지고 국민에 대한 법률서비스의 질도 높아질 것"이라며 "서울회 안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국민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사시 출신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김 회장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도 사시 출신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서울회 회원이기 때문에 똑같이 대우하고 서울회 산하 각종 위원회에도 참여하도록 해 갈등 해소를 위한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He is…

△1970년 서울 △상문고, 가천대 법학과 △사시 46회(사법연수원 36기) △2007년 변호사 개업 △2008년 법무법인 현우 구성원 변호사 △2009년 강남구·성남시 정신보건심판위원회 심판위원 △2010년 가천대학교 초빙교수 △2013년 서울지방변호사회 제2부회장 △2014년 서울중앙지법 조정위원 △2015년 제93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11전12기 끝에 법조계 입문… "행동하는 회장 되겠다"

박성규 기자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지난 1990년 성남에 있는 경원대(현 가천대) 법대에 입학했다. 대학 2학년부터 사법시험을 준비했지만 법조인이 되는 게 예상했던 것만큼 쉽진 않았다.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의의 사고로 어머니를 잃었으며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고시원 총무 등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단 한 번도 법조인이 되겠다는 생각을 포기하지 않았다. 연이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사시에 매달린 이유는 단순했다. 평소 남의 말을 잘 듣고 어려운 이들을 돕고 싶었는데 법조인이 되면 그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결국 2004년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2번의 도전 끝에 사시의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그 후 11년이 지나 김 회장은 국내 변호사의 70% 가량 소속돼 있는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에 당선됐다. 특히 1~2위간 득표율 차이는 역대 최고였다. 서울회 회장에 서울 이외 지역 대학 출신 변호사가 당선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김 회장은 대형 로펌 출신도 아니고 법조인을 많이 배출하는 대학도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인적네트워크가 탄탄하지 않은 자신을 회장으로 뽑아 준 데 대해 "회원들이 점잖게 앉아서 생각만 하는 회장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회장을 원한 것 같다"며 "앞으로 각종 현안에 대해 행동하는 회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당선되자마자 공약 사항으로 내놓았던 '출산 여변호사 월회비 면제' 방안을 상임이사회에서 의결하도록 했다. 현재 서울회는 출산 휴가 중인 여성 회원에게 월 5만원인 회비를 3개월간 면제해 주고 있는데 육아 기간인 9개월을 면제 기간에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면제되는 금액은 15만원에서 60만원으로 늘어난다. 서울회는 총회 승인을 얻어 이르면 올 상반기 안에 이를 시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맞벌이 회원의 불안한 보육환경도 개선해 여성 변호사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지원 정책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서울회가 국민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도록 이끌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김 회장은 "임기 내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의뢰인에게 피해를 주는 변호사를 엄단하고 각종 인권사업을 확대하는 등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